이혜영씨의 시집 "저녁 6시의 나비"(세계사)는 비주얼의 미학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미지의 다양성과 군데군데 삽입된 사진.그림의 효과가 잘 어우러져 있다.

의도적으로 시행을 끊어 배치한 것도 마찬가지.이를 통해 시인이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음악적인 율격과 회화적인 미감의 조화다.

그는 비단잉어와 나비, 꽃게, 치타를 차용해 "침묵의 보석"과 "어둠 속에서
더 밝아오는 귀" "빛의 마술"을 변주해낸다.

바이올린 연주를 보고 "저건 소리가 아니야/우울한, 황홀한, /저건 얼룩무늬
치타들"이라고 노래한 대목은 공감각적 표현의 정점이다.

남성중심의 신화를 여성적 에너지의 상상력으로 치환하는 모습도 독특하다.

신의 "시퍼런 낫"을 지상의 "날카로운 이빨"과 대비시킨 것이나 무의식의
세계를 관능과 성욕의 기호로 형상화한 작품들이 그것이다.

표제작 "저녁 6시의 나비"에서 "지상의 모든 날개"는 시인의 내면을
통과하면서 "시침과 분침이 어깻죽지에 수직으로 내리꽂히는" 이미지로
응축된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