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장에서 인터넷 쇼핑몰까지"

지난 1백년간 한국의 시장발달사에서는 하나의 뚜렷한 맥을 찾을 수 있다.

쇼핑현장에 있어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그 일관된
방향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1백년전 한국인들에게 가장 보편적인 쇼핑공간은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인 "봉평장"과 같은 5일장이었다.

지역 농민이 쓰고 남은 농산물과 장돌뱅이들이 가져온 타지역의 특산물,
수공업품등이 맞바꿔지는 전형적인 물물교환의 장이었다.

조선총독부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1911년 정기시장의 수는 전국적으로
1천84개.

그후 1940년까지 1천5백88개로 늘었다가 70년대 이후 근대화의 영향으로
감소추세를 보여 지금은 5백여개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의 유통산업은 "쇼핑 시간과 공간"에 대한 도전으로 발전해 왔다.

백화점의 등장으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져 쇼핑 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었으며 24시간 편의점은 쇼핑 시간에 대한 한계를 완전히 극복했다.

최근엔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로 안방에서 전화 한통화, 클릭 한번으로
원하는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온라인 쇼핑시대"까지 열렸다.

이중에서도 백화점의 등장은 유통 근대화의 물꼬를 트는 기폭제가 됐다.

국내 백화점의 효시는 1930년 지금의 신세계백화점 본점 자리에 세워진
미스코시백화점 경성점.

이듬해인 31년에는 서울 동대문에서 광화문에 이르는 "북촌상가"의 거두인
박흥식이 종로1가에서 금은상을 경영하던 신태화의 화신상회를 인수, 국내
첫민족자본 백화점인 화신백화점을 세웠다.

당시 이들 백화점은 식품 의류 화장품 문구 완구류 등 다양한 품목은 물론
레지스터 계산기까지 비치하는등 현대식 백화점의 면모를 갖추었다.

백화점은 해방후 70~80년대 성장기를 통해 한국 유통산업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지난 67년 신세계백화점에서 첫선을 보인 바겐세일은 88년 겨울 사기세일
파동으로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이 영향으로 백화점 세일횟수는 연간 4회 60일로 묶였다가 올들어 규제완화
의 일환으로 횟수및 시기가 자율화됐다.

신용카드 POS시스템 등도 모두 백화점에서 비롯됐다.

국내 첫 신용카드는 신세계백화점이 69년 신세계및 삼성그룹 간부 3백78명을
대상으로 발행한 신세계카드였다.

국민카드(80년) BC카드(82년) 등 은행계 카드가 발급되기 시작한 때보다
무려 10년 이상 앞서있다.

판매시점에서 컴퓨터를 통해 매출액 재고현황등을 리얼타임으로 파악할 수
있는 POS시스템도 84년 뉴코아백화점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후 현재는 전국
1만6천여개 유통업체 점포에서 사용되고 있다.

할인점시대의 개막은 가격파괴 바람까지 몰고 왔다.

93년 E마트 창동점이 문을 연 매장면적 1천평 이상의 대형 할인점수는
98년말 기준 1백10개로 늘어났다.

특히 96년 유통시장 개방후 까르푸 월마트 코스트코홀세일 등 다국적 할인점
업체들이 대거 진출, 유통업계에서 외국계업체들과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는
곳도 바로 할인점 분야다.

여기에 E마트 롯데 마그넷등 국내업체들의 공격적인 다점포 전략까지 맞물려
국내 할인점 점포수는 오는 2003년까지 3백~4백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편의점 TV홈쇼핑 인터넷쇼핑몰은 대표적인 선진국형 유통시스템이다.

88년초 노량진역 부근의 "C-스토어"로 첫선을 보인 편의점은 국민 소득수준
의 향상과 24시간 영업시스템 등에 힘입어 점포수가 10년만에 2천60개로
급증했다.

95년 8월 39쇼핑과 LG홈쇼핑에 의해 태동된 TV홈쇼핑은 매년 1백~2백%의
폭발적인 신장세를 기록하며 현재 6천억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또 인터넷 쇼핑몰은 국경과 시간을 초월한 광고와 영업에 힘입어 시장규모가
2002년까지 2천억원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 윤성민 기자 smy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