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들의 상승세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나스닥을 비롯한 미국 주요 증시에서 기술주들이 천정부지의 상승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주말인 17일 첨단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가 한 주일동안 3.67% 오른
3,753.06에 마감되면서 "4K 고지"를 가시권 안에 두게 됐다.

다우존스 지수와 S&P 500 지수도 지난 주에 각각 0.29%와 0.28%씩 오르면서
오랜만에 3대 지수가 동반 상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다우지수의 경우 이날 11,257.43에 폐장되기는 했으나 장중 한때
11,383.74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8월 24일에 수립된 사상 최고기록(11,326.04)
을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 지수의 상승폭은 나스닥지수에 비하면 들러리 수준에 불과하다.

나스닥지수는 17일까지 올들어 54번이나 역대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우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주의 경우 데스크 톱 컴퓨터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애도브 시스템즈사를
비롯, 델 컴퓨터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컴퓨터 및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
들의 주가가 탄탄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전반적인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월가 전문가들은 지난 주 서로 상극관계에 있는 금리와 주가가 동시에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는 이변을 보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 채권 금리인 30년 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지난 16일 2년만의
최고치인 6.39%까지 치솟는 등 연일 강세를 거듭하고 있다.

17일에는 0.01% 포인트 낮은 6.38%로 떨어졌지만 상승기조는 여전하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하락하게 마련이다.

투자자들이 주식대신 채권이나 은행예금 쪽으로 돌아서는 경향이 나타나는
데다 금리인상에 따른 기업들의 원가상승 부담으로 주가가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연구개발(R&D)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첨단 기술업체들의 경우
금리 움직임에 더욱 민감하다.

실제로 82년 나스닥증시가 출범한 이후 금리 상승세가 두드러졌던 84,87,90,
94년의 경우 나스닥 지수는 뒷걸음질했었다.

그러나 지난 주를 비롯해 최근에는 이런 금리-주가의 상극관계가 부정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까닭으로 대형 펀드매니저들을 비롯한 주요 투자자들의
편집광적인 기술주 선호현상이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을 든다.

"미국증시에 지칠줄 모르는 활황을 안겨주고 있는 주역은 오로지 기술주
들이다.

일찍이 증시가 이처럼 일방적이고 편협한 양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기는
처음이다"라는 경고성 분석이 줄을 잇고 있다.

대다수 펀드매니저들이 "시장 주도주를 잡아야 한다"는 주변의 압력에
사로잡혀 기술주 사모으기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 식을 줄 모르는 나스닥
열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다.

전문가들의 관심사는 이런 "광풍"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이냐에 모아져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관점이 있지만 조만간 큰 폭의 조정이 있을 것이라
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기술주들의 상승폭은 "투기적"이라고 할 정도로 너무 크다는 점
때문이다.

이번주에는 향후 미국증시의 향방을 가늠케 할 일련의 중요 행사및 경제통계
발표가 예고돼 있다.

21일에 미국의 금리운영 방안을 논의할 연방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것을 비롯해 22일에는 올 3.4분기 국내총생산(GDP)확정치가 발표된다.

이어 23일에는 11월중 개인소득 및 개인 소비지출 통계가 공표될 예정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