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훈 < 연세대 교수 / 경영학 >

"벤처기업"과 "코스닥".

불과 1~2년전 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단어들이었다.

그러나 최근엔 신문 지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지난주 한국경제신문에서도 그랬다.

"부실기업 코스닥 퇴출"이라는 13일자 1면 기사를 필두로 한경은 코스닥
시장의 과열 조짐과 그 폐해, 그리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의 대책 등을
비중있게 다뤘다.

특히 13일자 3면에선 코스닥시장 건전화대책의 내용을 도표와 함께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독자들은 당국의 정책에 대해 알게 됐을 뿐 아니라
실제로 코스닥시장이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경은 경제신문으로서 중요한 정보제공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뒤이어 정부 대책의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여러 사례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은 것은 매우 유익했다.

정부의 대책 발표와 언론의 "경고성"기사들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질주하는
코스닥시장에 대한 15일자 보도기사와 뒤이은 투자 유의점에 대한 분석
기사도 그랬다.

코스닥 시장을 보는 시중의 상반된 시각을 균형감 있게 다루면서 독자들의
투자결정에 도움이 될 만한 포인트들을 정확히 짚어주었다.

벤처기업의 육성이 우리 경제의 미래에 있어서 중대한 사안임은 분명하다.

코스닥시장이 그 퍼즐의 중요한 조각임에도 틀림없다.

그러나 벤처란 단순히 모험이라는 뜻이다.

물론 역사적으로 볼 때 모험정신은 국가나 기업 발전의 모체가 돼왔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 단어가 어떤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즉
벤처라는 단어만 들어가면 금방 어떻게 되는 것처럼 무모하게 덤비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실 밀레니엄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다.

밀레니엄은 단순히 천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밀레니엄 시대"를 운운하며 이것이 마치 어떤 시대의
특징을 얘기하는 것처럼, 그리고 당장 새로운 세상이 시작되는 것처럼 들떠
있는 것 같다.

필경 이는 새 천년을 앞둔 사회적 조바심이고 벤처기업이라는 개념이 이
조바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벤처기업에 대한 올바른 지식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을 바탕으로 조금은 차분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경이 벤처기업의 특성과 역할 등에 대해 차분하게 소개하는
교육적 기사를 제공하는 것도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주 한경 지면을 달궜던 또 하나의 주제는 대우자동차 해외 매각에 관한
기사들이었다.

대우 처리문제는 사실 그동안 온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켜왔던 이슈다.

그런 만큼 상당히 신중하게 처리해야 할 문제이다.

한경은 지난 14,15,16,17일에 걸쳐 기사와 칼럼을 통해 대우자동차 처리
문제를 비중 있게 다뤘다.

그 과정에서 한경은 다양한 관점과 의견을 적절히 제시했다.

특히 대우차를 GM에 매각하는 문제에 대해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측의
입장과 논리를 시론에 연이어 담아낸 것은 돋보였다.

대우차의 해외매각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뿐 아니라 경제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런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상반된 시각을 전달함으로써 사회적 토론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을 높이 사고 싶다.

한경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공동 기획하고 있는 "국가전략 다시
짜자"시리즈의 제5부에서는 유럽 국가들의 전략 사례들이 연재되었다.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고 합리적으로 대처해 나간 선진 국가들에 대한 다양한
자료 소개와 이의 분석이 눈에 띄었다.

구조조정 노사문제 등의 과제를 헤쳐나가야 하는 한국 입장에서 선진 국가의
성공 모델을 공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일 것이다.

벤치마킹은 상황이 다른 국가나 기업의 성공 모델이 우리에게도 적용되리라
는 보장이 없다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벤치마킹을 통한 무조건적인 답습이 오히려 많은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

그러기에 한국의 경제 사회 등 상황에 비춰 이 국가들의 전략들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으며 우리에겐 어떤 의미를 갖는가에 대한 언급이 좀더 심도
있게 다뤄졌다면 더욱 유익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기업전략은 단순히 누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는가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누가 환경과 상황을 더욱 통찰력 있게 이해하고 꿰뚫어 볼 줄
아는가의 문제다.

환경에 대한 충실한 이해를 기초로 한 전략만이 적절한 전략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CS2000 대예측"과 "21세기 21가지 대예측"이란 기획물들은
단순한 흥미 기사 차원을 넘어 기업의 전략적 판단에 중요한 자료로서
가치를 지닌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를 꾸준히 지속하고 이를 통해 예측뿐만 아니라 예측의
근거를 분석하며 주요 자료원까지 제공할 때 한경은 한층 더 빛날 것이다.

< dhkim@bubble.yonsei.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