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체의 신비는 자신의 모습을 후세에 전한다는데 있다.

이는 유전자의 자기복제에 따른 것이다.

오랜 세월 사람들은 피를 통해 유전형질이 자손으로 전해진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19세기말 독일의 바이스만에 의해 세포핵 속의 염색체가 유전을
결정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그렇다고 의문이 풀린 것은 아니었다.

염색체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핵산(DNA와 RNA)중 어느 곳에 유전자가
들어있는지 알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이 지난 44년 미국 록펠러연구소의 에이버리에 의해 DNA
(디옥시리보핵산)가 유전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그러나 유전자에 의한 생명복제의 의문이 완전히 풀린 것은 지난 53년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에 의해서였다.

미국의 분자생물학자였던 왓슨이 51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케빈디시연구소
에서 생화학자 크릭과 운명적으로 만난후 2년만에 "생명의 신비"를 해독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찾아냈다.

왓슨과 크릭은 염색체의 염기가 쌍을 이룬다는 그동안의 연구결과와
X선회절사진을 이용, DNA가 이중나선구조임을 밝혀냈다.

또 염기들의 배열순서에 따라 유전자가 결정되며 DNA에 10만개에 이르는
유전정보가 들어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DNA를 자를 수 있는 제한효소와 재조합기술이 선보이면서 생명공학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을 거듭한다.

58년 미국의 아서 콘버그와 세베로 오초아는 박테리아로부터 DNA를 복제하는
효소를 찾아냈다.

60년대 중반에는 DNA의 유전정보를 이용해 아미노산이 어떻게 단백질로
합성되는지도 밝혀졌다.

이어 미국의 대니얼 네이선스와 해밀턴 스미스 등은 60년대말 유전자를
조작할 수 있는 "유전자 가위"를 발견했다.

제한효소라고 불리는 유전자 가위는 DNA 분자를 정확한 위치에서 잘라줄 뿐
아니라 특정한 유전자를 찾아 다른 유전자들과 분리시킬 수 있다.

이같은 제한효소의 발견은 본격적인 생명공학 실용화 시대를 열었다.

제한효소를 이용한 DNA 재조합기술, 세포융합기술 등의 기초기술과 세포배양
바이오리액터 등의 응용기술이 확립되면서 바이오 테크놀로지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유전자 재조합기술로 인해 박테리아의 DNA를 식물에 넣거나 인간의 DNA
조각을 동물의 DNA에 붙이는 것 등이 가능해졌다.

73년 스탠리 코언은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두가지 박테리아의 DNA를 서로
붙이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 방식으로 생체조직의 일부만으로 생명체 전체를 창조하는 클로닝
( cloning )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80년대 이후 유전학자들은 드디어 인간의 유전자지도를 밝혀내는데 도전한다

85년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로버트 신세이머 교수는 처음으로 "인간게놈"을
해석, 신의 영역인 인간 유전자의 비밀을 규명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이 일은 인간 유전자의 30억개 염기쌍을 알아내고 10만개에 이르는 각종
유전자의 위치를 확인함으로써 유전자 이상으로 인한 각종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길을 열자는 의도였다.

더욱이 90년10월 미국 국립보건원은 30억달러를 들여 2005년까지 인간
유전자지도를 완성하겠다고 발표했다.

96년말 인간게놈프로젝트는 유전자 전체의 16%에 해당하는 1만6천3백54개의
위치를 밝혀냈다.

97년2월 복제양 돌리가 등장하면서 "생명복제"가 생명공학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영국 로슬린 연구소의 이안 윌마트 박사는 어른양의 가슴세포에서 떼어낸
핵을 이용해 어른양과 똑같은 복제양을 탄생시켰다.

이후 체세포 복제법으로 원숭이 쥐 젖소 등이 잇따라 선보이는 등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다.

97년3월에는 미국 비버톤 영장류 연구센터에서 원숭이를 돌리와 유사한
기법으로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98년7월에는 미국 하와이대학교에서 동물을 대량복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황우석 교수팀이 99년2월 체세포 복제법에 의해
복제송아지 "영롱이"를, 이어 4월에는 복제한우 "진이"를 탄생시켰다.

99년 12월1일에는 미국 영국 등 5개국 연구팀이 23쌍의 염색체중 22번
염색체의 유전자 지도를 사상 처음으로 완성, 인간게놈프로젝트의 일정을
앞당기는 성과를 거두었다.

< 송대섭 기자 dsso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