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의 역사는 곧 물질의 궁국적인 구조를 밝혀내기 위한 과정 그 자체다.

물질의 기본단위인 원자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원자력은 인간의 역사에
드디어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물질에 대한 과학 지식이 축적되기 시작한 것은 1백여년전인 1895년 독일의
과학자 뢴트겐이 엑스선을 발견하면서부터다.

검은 종이를 뚫고 나오는 새로운 광선인 엑스선의 발견은 과학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뢴트겐의 엑스선 발견에 자극을 받은 프랑스 과학자 베크렐은 다음해인
1896년 우라늄에서 최초로 방사선을 발견하게 된다.

방사선의 발견은 곧 핵변환의 발견으로 이어졌다.

핵변환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32년 영국의 채드윅이 중성자를
발견하면서부터.

이때부터 많은 과학자들이 중성자를 원자에 충돌시켜 핵변환을 일으키는
실험을 시작했다.

중성자는 전하가 없어 쉽게 원자핵 가까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즈음 아인슈타인은 유명한 "질량에너지 등가의 법칙(E=mc2)"을 발표한다.

질량이 변화하면 그것이 엄청난 에너지로 바뀐다는 것을 표현한 이 법칙은
원자력의 위력을 알리는 최초의 단서가 됐다.

수많은 과학자들이 중성자를 이용한 연구를 계속하던 38년.

독일의 오토한과 프리츠 슈트라스만 연구팀은 마침내 우라늄에 중성자를
쏘면 핵분열이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한다.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질량이 줄어들고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의
법칙"에 의해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인류가 새로운 핵에너지 시대에 진입하는 순간이었다.

원자력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사람은 이탈리아 출신의 과학자 페르미다.

페르미는 미국에서 42년 CP-I이라는 원자로를 만들어 세계 최초로 우라늄
핵분열 연쇄반응 실험에 성공했다.

페르미의 원자로가 선보인지 14년이 흐른 56년 영국에는 콜더홀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져 세계 처음으로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57년에는 미국 오하이오의 쉬핑포트에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되는 등 원자력
발전소가 본격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99년 현재 국내에는 14개, 전세계적으로 4백34개의 원자력 발전소가 가동중
이다.

원자력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맨해튼 프로젝트"다.

세계 2차대전의 산물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는 원자력의 가공할
파괴력을 목격하게 된다.

39년 독일의 원자폭탄 개발연구에 자극받은 미국 과학자 질라드와 위그너의
권유로 아인슈타인은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에게 원자폭탄
개발을 요구하는 편지를 보내게 된다.

이것을 계기로 극비리에 맨해튼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페르미 콤프턴 실라르드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대거 참여한
맨해튼 프로젝트의 결과물은 45년 7월16일 오전5시30분 미국 뉴멕시코주
앨라모 북쪽 사막에서 가공할 모습을 드러냈다.

그해 8월 일본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두 개의 원자폭탄은 20만명
의 목숨을 한꺼번에 앗아가는 비극을 낳았다.

이 사건은 원자력의 양극단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원자력은 야누스의 두 얼굴을 갖고 있다.

고갈돼가는 자원을 대신할 무한한 에너지원과 인류를 한순간에 몰살시켜버릴
수 있는 파괴력이 그것이다.

원자력의 주위를 떠나지 않는 경제성과 안전성이라는 팽팽한 긴장도 이
양면성에서 나온다.

아직은 원자력이 인류의 미래를 밝게 비춰줄 희망의 불꽃인지 암울한 불행의
씨앗인지 판단하기 이르다.

< 김경근 기자 choic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