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옷로비 의혹사건"은 신동아그룹
최순영회장 부인 이형자씨가 남편구명 로비를 펴던 중 구속이 불가피해지자
로비를 포기하고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 낙마운동을 벌인 것으로 정리됐다.

"실패한 로비"가 아니라 "포기한 로비"였다는 것이다.

"옷로비 의혹사건"을 수사해온 최병모 특별검사는 20일 사건의 성격을
이같이 정리하고 "뒷처리"를 검찰에 넘겼다.

특검팀의 빌표문을 요약한다.

<>사건 전말 ="포기한 로비"는 결국 최회장 구속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18일께까지 연씨 등을 통해 남편 구명로비를 벌이려고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씨는 신동아그룹 전 부회장 박시언씨의 부인 서모씨로부터
남편구속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로비를 포기했다.

이후 이씨는 옷값 대납을 요구 받은 사실 등을 주변에 유포하며 반격에
나섰던 것으로 밝혀졌다.

<>옷값 대납 요구여부 =배정숙씨는 98년 12월17일과 18일께 이씨에게 각각
2천2백만원과 수천만원의 옷값 대납을 요구했다.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씨는 12월18일께 이씨에게 전화를 걸어 "연씨가
라스포사에 오면 밍크코트 세벌과 외제 옷들을 보여 줄 것인데 가격이
수천만원대는 될 것이니 옷값을 내달라"는 취지로 옷값 대납을 요구했다.

정씨는 또 연씨에게 호피무뉘 반코트를 보낸 12월21일과 22일께에 4차례에
걸쳐 이씨의 동생 영기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형자가 옷값 한장(1억원)을
대납하도록 설득해 줄 것"을 요구했다.

<>사직동팀의 내사 착수시기 =이형자와 배정숙씨 등은 올1월8일께 내사가
시작됐다고 여러가지 증거를 대고 있으나 그동안의 조사기록 등을 볼 때
1월15일이나 16일께 사직동팀의 내사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조복희씨의 진술조서가 1월19일로 적혀있고 그밖의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결과는 1월15일로 확인된 점을 볼때 1월8일께 조사받았다는 배씨와
이씨의 진술은 맞지 않는다.

<>최순영 구속방침 누설 여부 =연정희씨는 98년 11월 7일 신라호텔
커피숍에서 배정숙씨에게 최순영회장 사건에 대해 언급했다.

12월17일 앙드레 김 의상실에서 배씨에게 최회장이 구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같은 날 박시언씨의 부인 서씽게 빠르면 신정, 늦으면 구정 무렵에
구속할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의례적인 수준을 넘어 발설한 사실이 인정된다.

<>이희호 여사에 대한 로비 여부 =이형자씨는 정일순이 영부인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믿고 정일순에게 접근해 고가의 옷을 다량으로
구입하면서 정씨의 환심을 샀다.

뒤에 정씨를 통해 영부인에게 선처를 호소하려 했다.

< 손성태 기자 mrhan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