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20일 내놓은 "코스닥시장 건전화대책"을 보면 정부부처간
힘 겨루기를 하면서 무리수를 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간 부처들이 내놓은 시책을 보자.

올해 초 재경부는 연내 7백50개 기업을 코스닥에 새로 등록시키겠다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벤처기업 육성책의 일환이었다.

코스닥 등록요건을 대폭 완화하자 3백여개 기업이 코스닥을 향해 줄을 섰다.

이어 코스닥 활성화대책이 나오면서 4월부터 코스닥시장은 서서히 달아
올랐다.

그러자 산업자원부가 생색을 냈다.

지난 5월 산자부 장관은 벤처캐피탈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부실 기업을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의 우려도 있었지만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선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코스닥이 살아나면서 부작용도 있었다.

코스닥 등록 직전 수백% 이상의 유.무상증자를 거쳐 등록 후 거금의 이익을
챙기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번에는 금융감독위원회가 "코스닥 등록 1년전 유.무상 증자 1백% 이내
제한규정"으로 칼을 휘둘렀다.

벤처기업 및 벤처캐피털 업계는 벤처육성을 저해하는 조치라며 정부 관계자
들을 대상으로 이 조치를 수정토록 줄곧 건의했다.

정책당국은 오류를 인정, 최근 이 규정을 사실상 없애는 쪽으로 협의를
마쳤다.

그런데 이번 조치로 다시 강화됐다.

벤처캐피털이 투자한 기업의 경우 해당 벤처캐피털이 주식의 10% 이상을
1년 이상 보유한 후에야 코스닥에 등록할 수 있게 했다.

해당 벤처캐피털은 등록 후에도 6개월간 주식 10%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토록 했다.

은행 투신 종금 등 벤처투자를 하는 기관이 수두룩한데 벤처캐피털만
봉 취급당한 셈이다.

코스닥 증권업협회 금융감독원 등에서도 전혀 예상치 않았던 방안이 나온
것이다.

결국 육성해야할 코스닥에 대한 규제가 거래소 시장보다 강화되고 말았다.

우선 정부 정책에 철학도 일관성도 없는 게 문제다.

분위기에 따라 조령모개식으로 규정을 바꾸는 관행도 달라진 게 없다.

힘 과시라도 하듯 주무 부처나 산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도 않고
일방적인 조치를 취하는 행태도 여전하다.

부처간 밀어붙이기식 시책에 따른 시장 교란으로 개인투자자들만 멍들었다.

"정책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지는 까닭이다.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