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온 기업 및 금융기관의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는 시의적절한 것으로 평가된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 이뤄낸 구조조정의 성과를 새 천년을 앞둔 시점에서
대통령이 직접 격려하는 의미 뿐 아니라 환란극복이라는 절체절명의 목표달성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간에 빚어졌던 마찰을 해소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의견을
나눴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를 계기로 우리 경제가 민간자율에 의해 건실하게 발전할 수 있는 전환점
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특히 부채비율 2백%를 꼭 달성해야 한다는 정부의 목표에 묶여 제약당한
대기업들의 신규 투자가 자유스러워져야 할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고
한국중공업 등 공기업의 민영화 및 대우자동차 매각 등에서 빚어지고 있는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또한 시정돼야 할 것이다.

물론 그동안 추진해온 구조조정이 큰 성과를 거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대우를 제외한 4대 계열의 평균 부채비율이 작년말 3백52%에서 6월말
2백54.6%로 낮아졌고 오는 연말에는 2백% 이내로 진입할 전망이다.

재무구조개선 부분에서는 상호 지급보증 해소와 분사, 지배구조 개선 등
3개 항목에서 이미 목표를 달성했으며 자산매각이나 자본확충, 외자유치,
계열사 정리 등에서도 지난 9월 말까지 70% 이상의 진도율을 기록했다.

6대 이하 계열의 경우도 일부 차질은 있으나 역시 당초의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다.

국가부도의 위기를 맞아 발등의 불을 꺼야 하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지금껏
구조조정에 정부가 개입한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때로는 강압적으로 밀어붙이다보니 무리가 없지 않았고 획일적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대기업들이 부채비율을 맞추기 위해 울며겨자먹기로 알짜 계열기업을 헐값에
외국에 팔지 않으면 안 됐고, 그 부작용으로 한꺼번에 외화가 밀려들어 환율
하락을 가속화시키기도 했다.

향후 개혁은 이런 식에서 벗어나 경쟁과 시장규율에 맡겨야 한다.

금융기관에는 자율경영 여건을 마련해 주되 감독을 엄격히 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한 대출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

기업의 지배구조와 자금흐름을 투명하게 만드는 등 정부는 공정한 시장규범
의 제정 및 그 감시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 된다.

그러면 기업이든 금융기관이든 평소에 스스로 경쟁력 확보에 진력할 수밖에
없고 정부가 시장에 직접 참여할 필요도 없어진다.

민간에 비해 부진하다고 비판받는 공공 분야의 개혁에 모범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정부의 급선무가 아닐까.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