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기업 금융개혁관련 인사
격려오찬"은 관련 기업인과 은행관계자들을 격려하기 위한 성격의 자리
이면서도 새천년의 한국경제가 나갈 좌표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대통령은 이 오찬에서 기업과 금융기관 구조조정의 실적을 평가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김대통령은 "지난 2년동안의 피나는 구조조정을 해서 금융 기업개혁 등
여러 부분에서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오늘은 참으로 뜻있고 기쁜 자리"
라면서 기업과 금융인들을 격려했다.

해당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에 "구조조정의 채찍"을 내리치면서 달려온
성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대통령은 "최근 한국은 국제통화기금 체제를 극복했다" "세계적인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도 우리나라의 대외신용도를 일제히 상향조정했다"면서 이런
것들이 우리 경제의 성공을 알리는 구체적인 사례들이라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세계시장에서 일류기업 일류경제로 발전하기 위해 출정식을
하는 자리"라고 오찬의 성격을 규정했다.

자축의 자리였다는 얘기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방심해선 안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초고속으로 변해가는 시대에 초고속으로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말까지 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뜻이다.

위기를 넘겼다고 샴페인을 터뜨릴 수 없다는게 김대통령의 인식이다.

김대통령은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우리 경제주체들이 해야 할 일을 구체적
으로 예시했다.

김대통령은 노사간 갈등이 발생할때 첫째 기업경쟁력을 우선하고, 둘째
노사 모두 합법적 평화적으로 행동하며, 셋째 노사 다같이 이익이 돼야
한다는 내용의 갈등 해결 3원칙을 제시했다.

어떤 일이 있었도 기업 경쟁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위기를 초래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건전 경영을 해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

김대통령은 "과거의 정경유착과 관치금융 부정부패 등이 결국 외환위기를
불러 왔다"면서 이런 일을 일소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금융기관에 대해서 어떤 기업에 돈을
빌려 주라고도 빌려 주지 말라고도 한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치인 등 외부인사들이 은행대출 청탁을
하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에 대해선 "대출원칙에 따라 융자하고, 일체의 외부 압력을 거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점을 김 대통령이 강조한 것으로 봐 이를 어긴 금융기관이나 정치인
등에 대해선 앞으로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인다.

금융기관의 건전해야 경제가 바로선다는 평소의 경제철학을 강조한 것이다.

김 대통령은 철저한 개혁을 당부하고, 재벌오너 경영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을 재차 반복했다.

새로운 시대는 지식기반사회이고, 문화창출의 시대이기 때문에 철저한
개혁으로 시대의 변천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김 대통령은 강조했다.

세간에 나돌고 있는 오너경영의 폐해에 대해서 김 대통령은 "오너가 경쟁력
있는 기업을 만들면 뭐라고 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와 반대가 될 경우 기업도 불행이고, 나라도 불행이라고 덧붙였다.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이 지적할 것이 아니라 경영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 대해서 참석 기업인과 금융인들은 김대통령의 인식에 대해서
어느 정도 공감을 하면서도 내년부터 대기업정책을 어떻게 펴나갈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던 것을 아쉬워 했다.

구조조정이라는 큰 물줄기 속에서 개별 산업정책이 없었다는게 재계의
지적이다.

< 김영근 기자 yg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