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8~99년중 민영화하기로 한 38개 공기업 가운데 여태껏 민영화가
완료된 곳은 13개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반동안 민영화 추진실적은 목표치의 40%를 밑도는 실정이다.

이때문에 민간기업의 구조조정을 세게 밀어붙여온 정부가 막상 스스로를
개혁하는데는 지극히 미온적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게 됐다.

21일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연내 민영화 대상인 포항제철 등 5개 모기업중
국정교과서 한국종합기술금융 등 2개만이 민영화됐다.

포철 한국중공업 한국종합화학 등 나머지 3개사의 민영화는 해를 넘길
전망이다.

또 33개 민영화 대상 자회사중 실제 민영화된 공기업은 매일유업
(농수산물유통공사) 한국통신카드(한국통신) 청열(가스공사) 등 11개에
그치고 있다.

<> 부진한 실적 =정부는 지난해 7월과 8월에 각각 발표한 제1차 및 2차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따라 총 1백8개 공기업중 모기업 5개와 자회사 33개
등 38개를 올해말까지 민간에 넘기기로 했다.

그러나 5개 모기업중 미니 공기업 2개만을 팔았을 뿐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등 3개 핵심 공기업의 민영화는 내년으로 늦춰졌다.

포철의 경우 지난 4일 실시된 산업은행의 잔여지분 매각(12.84%)에 실패함
에 따라 연내 민영화 계획이 무산됐다.

연말까지 경영권을 국내외에 매각키로 했던 한국중공업도 입찰방식조차
정하지 못한채 표류하고 있다.

한국종합화학은 수의계약에 실패해 청산절차를 앞두고 있지만 정부가 결단
을 미루고 있다.

또 대형 공기업 민영화가 지연됨에 따라 포철 자회사 16개를 포함한
자회사들의 민영화 일정도 대거 차질을 빚고 있다.

<> 표류하는 민영화 =공기업 민영화 구도가 흔들리고 있다.

민영화의 시금석으로 평가됐던 한국전력의 분할매각 관련 법안의 국회통과
가 무산됐다.

이에따라 오는 2003년까지 민영화를 완료하려던 당초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
해졌다.

가스공사 민영화 일정도 회사 및 노조의 반발에 밀려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자부는 당초 가스공사의 도입및 도매부문을 3개의 자회사로 분리, 매각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발표한 가스공사의 분리매각 기본계획에서는 2개의 자회사
만 매각하고 1개는 자회사로 계속 보유키로 했다.

더욱이 조폐공사 파업유도 파문으로 개혁의 구심점인 예산처가 흔들리고
공기업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향후 민영화는 더욱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예산처 관계자는 "국익에 손해가 가지 않도록 민영화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중"이라고 밝혔다.

공기업 민영화 계획 자체에 차질이 생긴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학계의 한 전문가는 "현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도 "거창한 계획 발표
->반발세력의 저항->개혁 후퇴"라는 과거 정권의 실패순서를 답습하고 있다"
고 진단했다.

< 유병연 기자 yooby@ked.co.kr >

[ 주요 공기업 민영화 추진실적 ]

<> 98.9.30 남해화학, 농협에 매각
<> 11.5 국정교과서, 대한교과서에 매각
<> 12.11 포철, 해외 DR(주식예탁증서) 발행
<> 12.23 한국통신 증시 상장

<> 99.1.21 한국종합기술금융, 미래와사람에 매각
<> 3.26 한국전력, 해외DR 발행
<> 3.27 가스공사 자회사인 청열 매각
<> 5.26 한국통신, 해외DR 발행
<> 7.12 포철, 해외DR 발행
<> 9.30 한국통신 자회사인 한국통신카드 매각
<> 11.23 대한송유관공사 자회사인 G&G텔레콤 민영화
<> 12.17 농수산물유통공사 자회사인 매일유업 민영화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