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에 겐이치 < 미국 UCLA 교수 >

일본경제는 분명히 되살아나고 있다.

그 증거는 세가지다.

첫째는 나스닥재팬과 마더스(도쿄증시의 벤처시장)의 탄생이다.

둘째는 99년6월의 "퓨처쇼크"(퓨처시스템컨설팅이 장외시장공개 때 주가가
사상최고인 3천3백50만엔을 기록한 것)와 7월의 "굿윌쇼크"(굿윌그룹의
시초주가가 2천3백만엔에 이른 것)다.

셋째는 벤처지향 젊은이들이 기업가 양성학교에 대거 참여하고 있는 점이다.

일본경제는 지난 가을부터 청신호를 보였다.

실물경기의 회복세는 피부로 느껴지고 있다.

이 상황은 미국의 80년대 말 상태와 비슷하다.

당시 미 경제는 경제성장률 실업률 등 통계상의 숫자는 악화되고 있지만
경제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80년대 말 미국에서는 PC가 소형.경량화되면서 휴대용으로 됐다.

불경기로 미국 대기업의 화이트칼라들은 추운 겨울을 맞았다.

일자리를 잃은 화이트칼라들은 벤처기업을 잇따라 설립했다.

이때 90년대 들어 본격화되기 시작한 정보네트워크사회가 태동했다.

또 그 당시 미국산업과 기업에서는 신.구 세대교체가 활발했다.

미국에서의 이같은 변화가 지난 가을부터 일본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지난 9월에 어렴풋이 나타나기 시작해 10월에는 미지근한 물처럼 느껴졌다.

11월에는 따끈따끈하게 변했다.

이는 GDP(국내총생산) 증가라기보다는 경기체감온도가 올라갔다는 말이다.

경기체감온도 상승의 첫번째 증거는 나스닥재팬의 설립과 마더스의
탄생이다.

미국 장외시장인 나스닥을 운영하는 전미증권업협회와 손정의 사장의
소프트뱅크가 출자, 설립을 준비중인 나스닥재팬이 지난 10월 개최한
설명회에는 무려 3천1백개 기업이 몰렸다.

예상치의 3배를 넘는 숫자다.

이들은 상장을 준비하는 "나스닥클럽"에 등록했다.

이는 굉장한 수치다.

한 대형증권사가 10년이상 걸려 모은 상장예비회사가 나스닥재팬의 5분의 1
에도 못미치는 6백개사에 불과했다.

손 사장은 단지 기자회견 한번으로 3천1백개사를 모았을 뿐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나스닥재팬에 맞서기 위해 11월에 마더스를 급히
설립했다.

규정은 나스닥재팬의 룰과 비슷하고 아주 명확하다.

마더스의 상장(공개)기준은 나스닥재팬보다 약해 적자기업도 상장할 수
있다.

상장 심사기간도 1개월정도로 줄였다.

10년 전에는 일본기업의 상장소요 기간은 평균 31년이었다.

최근에는 짧아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23년이 걸린다.

마더스의 대응방식은 아타미(일본의 유명온천지역) 역전의 여관들이 손님을
끌어들이는 것과 같다.

둘째는 퓨처쇼크와 굿윌쇼크다.

지난 6월 퓨처시스템컨설팅이 장외시장에 공개되면서 3천3백50만엔(시초가)
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에는 굿윌그룹의 주식도 상장 첫날 가격이 2천3백만엔에 달했다.

98년8월에 공개된 메가칩스도 4천6백50엔이었던 시초가가 지난 9월에는
2만1천8백엔으로 뛰었다.

급성장하고 있는 벤처기업의 업종 또한 다양하다.

퓨처는 정보시스템구축, 굿윌은 인재파견과 노인간호, 메가칩스는 LSI
(대규모집적회로) 개발회사다.

다양한 업종에서 유망기업들이 태어나고 있는 것이다.

셋째는 지난 10월 기업가양성학교인 "어택커즈 비즈니스스쿨"에 입학한
면면들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그전에는 기업에서 파견돼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벤처를 지향하는 사람들로 북적댄다.

자기 돈을 내고 평일 밤과 주말을 활용,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오부치정부는 기업회계와 엔젤세제 통신규제 등을 완화하면서 미국식 법률과
제도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가 가속화되며 낡은 회사는 무너진다.

도산하지 않으려고 분투하는 기업은 미국의 우량기업 GE처럼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러나 낡은 회사는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업자가 늘어난다.

대기업의 리스트럭처링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따라서 거시경제측면에서만 본다면 향후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현재의 일본이 80년대 말의 미국과 같다면 일본은 미국에 10년 뒤졌다고 할
수 있다.

미국경제가 확실히 달라진 것은 지난 92~93년이었다.

일본경제가 이같은 전환과정을 거쳐 본격 회복되려면 앞으로 4~5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비관할 것까진 없다.

1년전에 비해 미시경제 활동은 매우 활발하다.

외형상으로는 하강곡선을 그리는 측면도 없잖아 있으나 일본경제는 지금
새로운 싹이 계속 나오는 신구세대 교체의 시대에 와있다.

과거에 매달려선 안된다.

2000년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롭게 도전해야 할 해다.

< 정리=김경식 도쿄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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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본의 시사잡지인 "사피오(SAPIO)" 최신호(내년1월12일자)에
실린 오마에 겐이치 미국 UCLA대 교수(일본경제평론가)의 기고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