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아메리칸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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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30분으로 연기됐다"
99년12월11일 오전7시, 워싱턴의 로널드 레이건 국립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TWA항공 직원의 차디찬 이 한마디에 하릴없이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7시59분에 출발하는 뉴욕행 TWA(Trans World Airline) 비행기가 옆에 서
있으면서도 1시간30분이나 지연되는데도 그 이유나 사과 한마디 들을 수
없었다.
이틀전인 12월9일, 뉴욕의 JFK공항에서 오후 5시30분에 출발할 예정이던
워싱턴행 델타항공 비행기는 8시가 돼서야 이륙했다.
12월7일 저녁 7시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아메리카항공(AA)
비행기는 8시40분에야 겨우 출발했다.
미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은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하다.
1~2시간 지연되는 것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엔 캔슬(취소)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아끼려고 욕심을 내서 시간적 여유없이 일정을 잡아놨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세계 패권국인 미국에서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수익성을 따지는 자본주의가 극단으로 치달음으로써 생기는 병폐라고
되새김질 해보게 한다.
중국에 가본 사람이면 "비행기 시간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조종사가
비행기에 타서 이륙해야 출발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아직 후진국이니까 그렇겠지"하며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실제로 비행기가 시간표보다 늦게 출발하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우리는 한때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코리안타임"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시간을 못 지킨다는 것은 후진국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말로 여겨져 많이
부끄러워 했다.
시간을 지키려는 노력이 이뤄졌고 이제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상 늦게
시작되는 일은 거의 없게 됐다.
뉴욕 맨해튼의 록펠러 센터 앞에는 뉴밀레니엄을 축하하기 위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돼 있다.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1백년이나 된 낙엽송을 며칠동안 운반한 생목이란다.
마치 20세기를 제패한 미국이 21세기에도 패권국으로 남을 것임을 과시하려
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예정시간보다 늦게 떠나면서도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는
나라가 어찌 패권국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것은 기자만의 과민반응은
아닐 것이다.
< 뉴욕=홍찬선 기자 hc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
99년12월11일 오전7시, 워싱턴의 로널드 레이건 국립공항에 도착한 승객들은
TWA항공 직원의 차디찬 이 한마디에 하릴없이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다.
7시59분에 출발하는 뉴욕행 TWA(Trans World Airline) 비행기가 옆에 서
있으면서도 1시간30분이나 지연되는데도 그 이유나 사과 한마디 들을 수
없었다.
이틀전인 12월9일, 뉴욕의 JFK공항에서 오후 5시30분에 출발할 예정이던
워싱턴행 델타항공 비행기는 8시가 돼서야 이륙했다.
12월7일 저녁 7시 보스턴에서 뉴욕으로 출발할 예정이던 아메리카항공(AA)
비행기는 8시40분에야 겨우 출발했다.
미국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은 상당한 인내력이 필요하다.
1~2시간 지연되는 것은 기본이고 심할 경우엔 캔슬(취소)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아끼려고 욕심을 내서 시간적 여유없이 일정을 잡아놨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세계 패권국인 미국에서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수익성을 따지는 자본주의가 극단으로 치달음으로써 생기는 병폐라고
되새김질 해보게 한다.
중국에 가본 사람이면 "비행기 시간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조종사가
비행기에 타서 이륙해야 출발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자주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는 "아직 후진국이니까 그렇겠지"하며 미소를 짓는다.
그러나 실제로 비행기가 시간표보다 늦게 출발하는 것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우리는 한때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코리안타임"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시간을 못 지킨다는 것은 후진국을 가리키는 대표적인 말로 여겨져 많이
부끄러워 했다.
시간을 지키려는 노력이 이뤄졌고 이제는 예정된 시간보다 30분이상 늦게
시작되는 일은 거의 없게 됐다.
뉴욕 맨해튼의 록펠러 센터 앞에는 뉴밀레니엄을 축하하기 위한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장식돼 있다.
애팔래치아 산맥에서 1백년이나 된 낙엽송을 며칠동안 운반한 생목이란다.
마치 20세기를 제패한 미국이 21세기에도 패권국으로 남을 것임을 과시하려
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비행기가 예정시간보다 늦게 떠나면서도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는
나라가 어찌 패권국이 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 것은 기자만의 과민반응은
아닐 것이다.
< 뉴욕=홍찬선 기자 hc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