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1999년 서울의 한 송년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연말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어느날 밤.
서울시내 한 식당에 30대 직장인 10여명이 둘러 앉았다.
고교 선후배들의 송년회 자리다.
이동통신 회사의 과장,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한 벤처기업가, 대기업
컨설턴트, 은행원, 종금사 직원, 박사과정의 대학원생...
소위 386세대인 이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그러나 주된 화제는 하나였다.
인터넷벤처와 주식투자.
한 선배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요즘 돈들 많이 벌었냐. 난 코스닥에서 A사에 투자했는데 별로 오르질
않아. 다른 종목은 그렇게 뛰는데 말야"
후배가 말을 받는다.
"아직도 코스닥에 남아 계세요. 지금은 장외로 나와 등록전 기업을
노려야지요. 제 직장 동료는 B사 인터넷 주식공모에 들어가 벌써 10배나
튀겼다는데..."
이어 주변에서 벤처에 투자했다가 횡재를 한 무용담들이 쏟아져 나왔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인터넷 벤처쪽으로 흐른다.
인터넷 주가의 거품 논쟁에서부터 인터넷 비즈니스의 동향과 전망, 인터넷
사업의 성공조건에 이르기까지 제법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그러다가 화제는 이내 돈 쪽으로 다시 쏠린다.
"그럼 도대체 어느 회사에 투자해야 하는 거야. 누가 추천 좀 해보지"
최근 주식투자로 별 재미를 못봤다는 친구 하나가 답답하다는 듯이 묻는다.
일단 가장 튼튼한 통신회사에 투자하라는 조언에서부터 나름대로 발굴한
벤처기업에 대한 장황한 소개들이 이어졌다.
술잔이 돌며 "21세기엔 누가 뭐래도 인터넷이다. 그러니 똘똘한 회사를
하나 잡아 엔젤투자를 하자"는 실질적인 제안도 나왔다. 올해 송년회 테마는
예년과는 사뭇 달랐다.
97,98년 연말모임의 이슈는 역시 "IMF(국제통화기금)와 구조조정"이었다.
그 이전엔 "정치 얘기"가 인기였다.
그러나 금년말엔 단연 "코스닥 인터넷 벤처"가 화두다.
나라 안을 온통 달구고 있는 벤처 주식투자 열풍은 평범한 직장인들의 동문
송년모임까지도 압도하고 말았다.
자정이 다 돼 자리를 정리할 때쯤, 반병 이상 남은 술이 식탁 위엔
즐비하다.
하지만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고 자리를 일어선다.
거의 만취가 돼야 모임이 끝났던 예년과는 완전히 다른 결말이다.
못내 아쉬운 사람들 몇명은 2차를 궁리했지만 절반 이상은 옷깃을 여미며
집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뉴밀레니엄을 코앞에 둔 1999년말 송년회 풍경도 인터넷 혁명 만큼이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 차병석 산업2부 기자 chab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
서울시내 한 식당에 30대 직장인 10여명이 둘러 앉았다.
고교 선후배들의 송년회 자리다.
이동통신 회사의 과장, 전자상거래 사업을 시작한 벤처기업가, 대기업
컨설턴트, 은행원, 종금사 직원, 박사과정의 대학원생...
소위 386세대인 이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그러나 주된 화제는 하나였다.
인터넷벤처와 주식투자.
한 선배가 먼저 말을 꺼냈다.
"요즘 돈들 많이 벌었냐. 난 코스닥에서 A사에 투자했는데 별로 오르질
않아. 다른 종목은 그렇게 뛰는데 말야"
후배가 말을 받는다.
"아직도 코스닥에 남아 계세요. 지금은 장외로 나와 등록전 기업을
노려야지요. 제 직장 동료는 B사 인터넷 주식공모에 들어가 벌써 10배나
튀겼다는데..."
이어 주변에서 벤처에 투자했다가 횡재를 한 무용담들이 쏟아져 나왔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인터넷 벤처쪽으로 흐른다.
인터넷 주가의 거품 논쟁에서부터 인터넷 비즈니스의 동향과 전망, 인터넷
사업의 성공조건에 이르기까지 제법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그러다가 화제는 이내 돈 쪽으로 다시 쏠린다.
"그럼 도대체 어느 회사에 투자해야 하는 거야. 누가 추천 좀 해보지"
최근 주식투자로 별 재미를 못봤다는 친구 하나가 답답하다는 듯이 묻는다.
일단 가장 튼튼한 통신회사에 투자하라는 조언에서부터 나름대로 발굴한
벤처기업에 대한 장황한 소개들이 이어졌다.
술잔이 돌며 "21세기엔 누가 뭐래도 인터넷이다. 그러니 똘똘한 회사를
하나 잡아 엔젤투자를 하자"는 실질적인 제안도 나왔다. 올해 송년회 테마는
예년과는 사뭇 달랐다.
97,98년 연말모임의 이슈는 역시 "IMF(국제통화기금)와 구조조정"이었다.
그 이전엔 "정치 얘기"가 인기였다.
그러나 금년말엔 단연 "코스닥 인터넷 벤처"가 화두다.
나라 안을 온통 달구고 있는 벤처 주식투자 열풍은 평범한 직장인들의 동문
송년모임까지도 압도하고 말았다.
자정이 다 돼 자리를 정리할 때쯤, 반병 이상 남은 술이 식탁 위엔
즐비하다.
하지만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고 자리를 일어선다.
거의 만취가 돼야 모임이 끝났던 예년과는 완전히 다른 결말이다.
못내 아쉬운 사람들 몇명은 2차를 궁리했지만 절반 이상은 옷깃을 여미며
집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뉴밀레니엄을 코앞에 둔 1999년말 송년회 풍경도 인터넷 혁명 만큼이나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 차병석 산업2부 기자 chab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