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디스크수술을 하려면 주로 등을 절개했다.

척추가 배보다는 등에 가깝기 때문이다.

디스크는 척추사이에 있는 탄력있고 물렁한 도넛형의 추간판수핵이 탈출해
척추신경을 눌러 생기는 질환이다.

따라서 등쪽에 두텁고 완강하게 자리잡고 있는 근육을 밀어제치면서 척추에
밀착된 신경과 혈관을 밀어내거나 움직여야 했다.

이 때문에 척추신경이 압박받거나 등과 척추의 근육이 손상받기 쉬웠다.

미세한 신경의 손상은 필연적이었다.

수술후 후유증도 감수해야 했다.

최근 내시경수술이 보편화되면서 등을 종전보다 적게 잘라도 수술이 가능
하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수술부위에 인접한 신경과 혈관이 압박받고 손상돼 후유증을
흡족할 수준으로 줄여 주지는 못하고 있다.

조태형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배에 지름 1.5cm 미만의 구멍
3~4개를 뚫고 복강내시경을 넣어 디스크를 수술하고 있다.

이 방법은 환자를 머리쪽이 낮게 비스듬히 뉘여 내부장기가 머리쪽으로
내려가게 한후 이때 생기는 빈공간으로 내시경을 넣어 척추까지 도달하게
하는 것이 핵심 노하우다.

수술도구가 척추까지 도달하는 과정에서 완강한 등근육의 저항을 받지 않기
때문에 쉽게 수술도구를 조작할수 있다.

조 교수는 티타늄재질의 보형물이나 인공뼈, 또는 환자 몸에서 떼낸 뼈의
일부를 좁아진 디스크 공간에 삽입함으로써 척추뼈 사이의 간격을 일정하게
해준다.

이렇게 척추를 고정해 두면 삐져 나간 추간판수핵이 제자리를 잡으면서
통증이 점차 사라져 환자가 만족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모든 디스크가 수술대상이 될수 있지만 나이들어 척추 사이의
수핵이나 조직이 심하게 퇴행돼 간격이 좁아진 경우와 척추뼈 일부가 일렬로
서지 못하고 몸앞쪽으로 튀어나온 경우에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또 척추주변의 인대가 증식해 신경을 누르거나 수핵이 탄성을 잃고 푸석푸석
해졌을때도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전체 디스크의 20~30%가 복강내시경수술로 치료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지난 6월부터 13명의 환자에게 이 수술을 실시, 모든 환자가
만족해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종전의 디스크수술은 근육 신경손상이 크고 출혈도 많아 환자들이
수술결과에 만족하지 않거나 소문을 듣고 꺼리는 환자가 많았다"며 "복강경
수술은 후유증을 최소화시켜 환자들이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절개부위가 등쪽수술에 비해 훨씬 적으므로 수술후 빨리 회복될수 있고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는게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숙련된 기술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의사가 집도해야만 무리없는
결과를 기대할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정종호 기자 rumb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