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 계열사 '공존공영 법칙' 옛말 .. '커버스토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재벌 그룹의 선단식 경영체제가 해체되면서 개별기업별 독립경영이 뿌리
내리고 있다.
계열사간 연대가 무너지고 독자생존을 위한 각개약진식 기업운영이 확산
되는 추세다.
종합상사가 해외 프로젝트 입찰에 경쟁그룹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하는 등 과거엔 꿈도 꿀수 없었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량 회사가 부실 계열사 증자에 참여해 우회적으로 지원하던 방식도
사라지고 있다.
회사 영업비밀이 유출될 우려를 무릅쓰고 광고 등 마케팅 부문에 경쟁그룹
광고대행사를 쓰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는 더 이상 ''계열사 공존공영 법칙''으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 변화가 깔려 있다.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라면 경쟁사라도 파트너로 선정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냉정한 판단만 존재한다.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시민
단체와 투자자들의 감시 활동이 날카로워진 점도 독립경영을 정착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계열사 밀어주기 사양 =삼성물산은 이달초 크로아티아 국영기업인
시삭(Sisak) 제철소 설비공사 입찰에 현대정공과 공동으로 참가해 공사를
따냈다.
같은 계열소속인 삼성중공업, 현대정공과 계열관계인 현대종합상사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다.
지금까지는 일단 계열사가 힘을 합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경쟁사
엔 하청물량을 넘기는게 관행이었다.
삼성물산이 같은 식구 대신 경쟁사인 현대정공을 파트너로 택한 이유는
제철 분야에서의 기술력.
설계에서부터 시공 설치 시운전까지 일괄처리하는 턴키방식 공사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 현대정공이 유리
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현대측도 단순 하청이 아닌 엔지니어링 설계기술을 종합적으로 인정받았다
는 점에서 기꺼이 삼성물산의 "이례적인" 오퍼를 받아들였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해외사업의 경우 자기식구 챙기기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 기술과 가격만이 최적의 파트너가 되기 위한 조건이다"
(삼성물산 산업설비부 김기정 차장)
삼성물산은 지난 2월 1억8천만달러 규모의 아프리카 가나 잔사유분해공장
입찰엔 SK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루기도 했다.
삼성은 프로젝트 오거나이징과 금융조달 역할을, SK는 공사 수행을 맡는
조건이었다.
계열 건설사 대신 SK를 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기름(잔사유)을 분해해 가솔린과 경유 LPG로 전환
하는 정유 프로젝트는 SK(주)가 담당했다.
현명관 삼성물산 부회장과 SK건설 정철우 부사장이 계약식에 사이좋게
참석했다.
이처럼 프로젝트별로 경쟁사와 이합집산하는 생존게임은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
지난 6월 (주)쌍용은 공사비 1천3백만달러 규모의 베트남 송전선로 기자재
공급 프로젝트에 LG엔지니어링과 손을 잡았다.
LG상사는 지난 10월 현대건설과 공동으로 베트남 전력청이 발주한 5천만달러
규모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이 전체 시공을 주도하고 LG측은 기자재 공급 및 수출대행 업무를
담당하는 조건이었다.
(주)대우도 LG산전과 손잡고 엘리베이터 사업을 같이한 경력이 있다.
<> "경쟁력"이 "파트너"의 조건 =국내 시장에서도 더이상 그룹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광고시장의 경우 계열 광고대행사에 광고 물량을 밀어주던 인하우스
에이전시(In-House-Agency) 시스템은 붕괴된 지 오래다.
두산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오리콤은 지난 9월 OB맥주의 최종 경쟁
프리젠테이션에서 제외됐다.
비록 외국계 회사로 경영권이 넘어갔지만 광고계 사관학교로 불리는 오리콤
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관계사 물량을 빼앗긴 것이다.
오리콤은 대신 한솔PCS 등 대형 광고주를 빼앗아 오면서 올해 전체 광고
물량중 55%를 비그룹사분으로 채웠다.
삼성증권도 계열사인 제일기획 대신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광고대행사
와 2년째 거래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올해 2천억원에 달하는 비계열 신규 광고주를 개발했다.
경쟁사 물량을 놓고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 이제 자금지원은 금기 =지급보증과 실권주 인수 등을 통해 암묵적으로
이뤄져 왔던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계열사간 거래나 지급보증 투자지원 등 과거 관행에서
탈피해 투명경영을 실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사외이사제를 확대 강화하고 계열사 지급보증도 계속 줄여 나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
현대 계열사 대규모 유상증자에 현대중공업이 참여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자 투자설명회까지 열어가며 계열사 실권주를 일절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계열사 자금창구역으로 그룹의 "맏형" 역할을 해왔던 종합상사들도
올해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을 모두 해소했다.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는 지난 97년말 기준으로 각각 1조4천억원과
7천5백억원대에 달하던 지급보증 규모를 지난 상반기중 완전 해소했다.
SK상사도 SK유통과의 합병으로 남아 있던 30억원의 지급보증을 지난달
완전 해소했다.
우발채무가 발생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애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신용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LG경제연구원 권오영 선임컨설턴트는 "이제 기업 경영에서도 전문성과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계열사간 내부지원을 통한 외형성장에서 탈피해
각 기업이 독립된 경영체제를 갖추면서 경쟁력을 높여 가는 투명한 협력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심기 기자 sg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
내리고 있다.
계열사간 연대가 무너지고 독자생존을 위한 각개약진식 기업운영이 확산
되는 추세다.
종합상사가 해외 프로젝트 입찰에 경쟁그룹 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가하는 등 과거엔 꿈도 꿀수 없었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량 회사가 부실 계열사 증자에 참여해 우회적으로 지원하던 방식도
사라지고 있다.
회사 영업비밀이 유출될 우려를 무릅쓰고 광고 등 마케팅 부문에 경쟁그룹
광고대행사를 쓰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는 더 이상 ''계열사 공존공영 법칙''으론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인식 변화가 깔려 있다.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기업이라면 경쟁사라도 파트너로 선정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냉정한 판단만 존재한다.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계열사간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시민
단체와 투자자들의 감시 활동이 날카로워진 점도 독립경영을 정착시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계열사 밀어주기 사양 =삼성물산은 이달초 크로아티아 국영기업인
시삭(Sisak) 제철소 설비공사 입찰에 현대정공과 공동으로 참가해 공사를
따냈다.
같은 계열소속인 삼성중공업, 현대정공과 계열관계인 현대종합상사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힌 셈이다.
지금까지는 일단 계열사가 힘을 합해 공동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경쟁사
엔 하청물량을 넘기는게 관행이었다.
삼성물산이 같은 식구 대신 경쟁사인 현대정공을 파트너로 택한 이유는
제철 분야에서의 기술력.
설계에서부터 시공 설치 시운전까지 일괄처리하는 턴키방식 공사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 현대정공이 유리
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현대측도 단순 하청이 아닌 엔지니어링 설계기술을 종합적으로 인정받았다
는 점에서 기꺼이 삼성물산의 "이례적인" 오퍼를 받아들였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해외사업의 경우 자기식구 챙기기로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 기술과 가격만이 최적의 파트너가 되기 위한 조건이다"
(삼성물산 산업설비부 김기정 차장)
삼성물산은 지난 2월 1억8천만달러 규모의 아프리카 가나 잔사유분해공장
입찰엔 SK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루기도 했다.
삼성은 프로젝트 오거나이징과 금융조달 역할을, SK는 공사 수행을 맡는
조건이었다.
계열 건설사 대신 SK를 택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기름(잔사유)을 분해해 가솔린과 경유 LPG로 전환
하는 정유 프로젝트는 SK(주)가 담당했다.
현명관 삼성물산 부회장과 SK건설 정철우 부사장이 계약식에 사이좋게
참석했다.
이처럼 프로젝트별로 경쟁사와 이합집산하는 생존게임은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
지난 6월 (주)쌍용은 공사비 1천3백만달러 규모의 베트남 송전선로 기자재
공급 프로젝트에 LG엔지니어링과 손을 잡았다.
LG상사는 지난 10월 현대건설과 공동으로 베트남 전력청이 발주한 5천만달러
규모 복합화력발전소 사업을 수주했다.
현대건설이 전체 시공을 주도하고 LG측은 기자재 공급 및 수출대행 업무를
담당하는 조건이었다.
(주)대우도 LG산전과 손잡고 엘리베이터 사업을 같이한 경력이 있다.
<> "경쟁력"이 "파트너"의 조건 =국내 시장에서도 더이상 그룹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광고시장의 경우 계열 광고대행사에 광고 물량을 밀어주던 인하우스
에이전시(In-House-Agency) 시스템은 붕괴된 지 오래다.
두산그룹 계열 광고회사인 오리콤은 지난 9월 OB맥주의 최종 경쟁
프리젠테이션에서 제외됐다.
비록 외국계 회사로 경영권이 넘어갔지만 광고계 사관학교로 불리는 오리콤
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오던 관계사 물량을 빼앗긴 것이다.
오리콤은 대신 한솔PCS 등 대형 광고주를 빼앗아 오면서 올해 전체 광고
물량중 55%를 비그룹사분으로 채웠다.
삼성증권도 계열사인 제일기획 대신 휘닉스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광고대행사
와 2년째 거래하고 있다.
제일기획은 올해 2천억원에 달하는 비계열 신규 광고주를 개발했다.
경쟁사 물량을 놓고 뺏고 빼앗기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 이제 자금지원은 금기 =지급보증과 실권주 인수 등을 통해 암묵적으로
이뤄져 왔던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계열사간 거래나 지급보증 투자지원 등 과거 관행에서
탈피해 투명경영을 실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사외이사제를 확대 강화하고 계열사 지급보증도 계속 줄여 나갈 계획
이라고 밝혔다.
현대 계열사 대규모 유상증자에 현대중공업이 참여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자 투자설명회까지 열어가며 계열사 실권주를 일절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계열사 자금창구역으로 그룹의 "맏형" 역할을 해왔던 종합상사들도
올해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을 모두 해소했다.
삼성물산과 현대종합상사는 지난 97년말 기준으로 각각 1조4천억원과
7천5백억원대에 달하던 지급보증 규모를 지난 상반기중 완전 해소했다.
SK상사도 SK유통과의 합병으로 남아 있던 30억원의 지급보증을 지난달
완전 해소했다.
우발채무가 발생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없애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신용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LG경제연구원 권오영 선임컨설턴트는 "이제 기업 경영에서도 전문성과
투명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계열사간 내부지원을 통한 외형성장에서 탈피해
각 기업이 독립된 경영체제를 갖추면서 경쟁력을 높여 가는 투명한 협력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심기 기자 sg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