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301조(통상법 301조)가 "날개"를 달았다.

국제적인 통상규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확인서를 받았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22일 국제적으로 많은 논란을 빚어 왔던 미국의 통상법
301조가 "WTO규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정을 내렸다.

국제통상분야의 전문가 3명으로 구성된 WTO조사패널은 이날 "근본적으로
통상법 301조가 WTO 규약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이 이에 의거하여 제재조치를 취할 때는 사전에 WTO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 판정은 유럽연합(EU)이 바나나수입과 관련해 미국과 분쟁을 치르면서
"통상법 301조가 부당하다"며 WTO에 유권해석을 요구한 것에 대한 WTO의
공식 견해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앞으로 국제통상과 관련, 두가지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첫째 미국은 301조를 "채찍"으로 삼아 무역상대국에게 시장개방을 더욱
강력히 요구하고 불공정행위를 시정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비록 단서조항이 붙기는 하지만 법적인 해석상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옴에
따라 미국은 해외시장을 개방하는 무기로 통상법 301조를 언제라도 꺼내들수
있는 명분을 얻었다.

샬린 바셰프스키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우리는 줄곧 통상법 301조가
WTO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으며 WTO의 이번 결정에 매우
만족한다"고 말했다.

바셰프스키 대표는 "301조가 국제무역에서 미국의 권리를 지키는 주춧돌
역할을 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에는 필요할 경우 언제라도 301조를 동원할 것이라는 미국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둘째 통상문제와 관련한 유럽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장기적으로 미국의 압도적인 패권에 최근 연대저항의사를 보였던
러시아 중국의 정서와도 맞아 떨어진다.

반미국정서가 통상질서와 관련, 광범위한 세력이 될수 있다는 얘기다.

시애틀의 WTO 각료회담을 통해서도 표출된 것처럼 미국주도의 무차별적인
자유무역 요구가 강하면 강할수록 반발세력들의 힘은 보다 강해진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이었던 리언 브리턴은 "통상법 301조는 일방적인
법으로 국제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WTO가 미국주도의 자유무역이란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출현한 기관이기
때문에 무역분쟁을 WTO가 심사할 경우 당연히 미국쪽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란 곱지 않은 시각이 많다.

<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