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에도 외국인 경영자시대가 열렸다.

제일은행을 매입키로 23일 본계약을 맺은 미국 뉴브리지캐피털은 미국
금융회사인 AFC(Associates First Capital) 수석 부사장을 지낸 윌프레드
호리(53)씨를 제일은행장으로 내정했다고 발표했다.

또 이사회 의장에는 아메리칸세이빙은행 전 행장인 로버트 바넘을 선임할
예정이다.

김철수 전 통상산업부 장관은 이사회 부의장으로 내정됐다.

호리 행장 내정자는 미국 금융회사에서 30여년간 일한 국제금융전문가로
앞으로 국내 은행 영업관행에 적잖은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소기업이나 개인 고객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들을 다양하게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뉴브리지캐피털은 제일은행 여신을 담당하는 임원과 전산담당책임자(CIO)를
외국인 전문가로 영입하고 임직원들에게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5%를
배정하기로 했다.

외환 주택 한미은행 등은 외국 금융기관과 제휴, 임원을 외국인으로 두고
있으나 본격적으로 외국인이 경영권을 쥐게 되는 곳은 제일은행이 처음이다.

뉴브리지캐피털은 이날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제일은행 지분 50.99%를
5천억원에 국내 현지법인 KFB홀딩사에서 넘겨 받는 매매본계약 조인식을
가졌다.

뉴브리지는 경영정상화 진척에 따라 앞으로 2년간 1천억원씩 추가 출자
하기로 했다.

또 제일은행 경영권을 넘겨 받는 대가로 예금보험공사에 제일은행 총발행
주식의 5%에 해당하는 신주인수권을 주기로 했다.

< 현승윤 기자 hyuns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