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로 예정된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 실시를 앞두고 제약업체와
의료기관이 아직껏 명확한 대책을 마련치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실거래가 상환제는 의료기관이 의료보험 고시가 이하로 약을 구입해
그 차액을 챙겨오던 지금까지의 관행을 없애기 위한 것.이 제도가
실시되면 의료기관들은 반드시 실제 구입한 약값대로 의료보험공단에
약값을 청구해야한다.

따라서 병원은 이면계약이나 할인 할증을 통해 뒷 돈을 챙길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제약업체와 병원들은 의약품 판매.구매 방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를 놓고 부심하고 있다.

지난 11월 고시된 이 제도는 우선 의원이나 중소병원의 경우 심각한
경영상의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약값 마진이 사라질 경우 주로 약 처방에 의지해오던 내과
소아과 개인의원 등은 30% 이상이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게 의사협회
관계자의 주장이다.

대형의료기관도 의약품을 사들일 때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
모호한 입장이다.

그동안은 최저가격을 제시한 의약품을 받아들이면 충분했으나 앞으로는
실제 구입한 가격으로 보험약가를 청구하게 되므로 "신뢰할만한
제품을 적정가격에 구매"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된다.

그러나 실구입가 상환제의 제도시행여부가 불안정하고 정착과정에서
변수가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제약업계는 이미 공동보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업체들은 최근 서울시보건소,의료보험관리공단직영 일산병원 등에서
실시된 의약품 입찰에서 가격경쟁을 지양하고 동일가격으로 응찰하는
양상을 보였다.

지난 11월 의보약가가 평균 30.7% 인하돼 더 이상 출혈적인 가격경쟁을
했다가는 다같이 망한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특히 무조건 저가 입찰을 들이밀었던 영세제약업체들도 이를 자제하고
있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라 의료계 일각에서는 실구입가 내역제출 시기를 연기해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제도는 우선 지난 11월15일부터 연말까지의 실제거래가격으로
의보약가를 청구하도록 되어 있지만 숨돌릴 틈을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의약품 가격이 입찰경쟁을 통해 낮아져야 하고
병원의 약가마진은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이러한
제안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정종호 기자 rumba@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