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의 국내기업인수는 IMF이후 구조조정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끌었던
대목이다.

지난 한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기업들은 "선택과 집중" 과정에서 계열사나 해외법인들을 앞다퉈 매각해
왔다.

산업자원부는 최근 현대 삼성 등 5대 그룹이 출자전환과 외자유치 등으로
8조9천억원의 부채를 줄이게 됐다고 발표했다.

현대정유가 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5억1천만달러를 유치하는 등 빅딜업체들의
외자유치규모는 총 25억6천만달러에 이른다.

또 석유화학 통합법인이 일본 미쓰이물산과 JBIC(일본국제협력은행)
등으로부터 17억2천만달러를, 한국우주항공과 한국철도차량도 각각
1억7천만달러와 1억6천만달러의 외자유치를 협의하고 있다.

5대이하의 기업에서도 크고 작은 외자유치나 매각이 활발했다.

이들 외국자본이 국내경제위기에서 수행한 역할은 막중하다.

정덕구 산업자원부 장관은 지난 9월 청와대에서 열린 6~30대 기업 총수 초청
간담회에서 "외국인 투자는 <>안정적인 외자도입 <>생산및 고용창출
<>첨단기술.경영기법 이전 <>기업경영의 투명성 제고 <>국제수지 개선 등
1석5조의 순기능이 기대되는 것"이라고 요약했다.

그러나 이들이 산타클로스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해 새겨둬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예컨대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려는 것이 요즘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세계최대의 기업인 GM이 대우차를 인수했을 때 국내 자동차산업의 모습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아무도 장담을 못한다.

어찌되든 국내 자동차 산업도 외국자본의 영향력아래 놓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부품의 경우도 만도기계를 비롯, 주요 자동차부품사 40곳에 외자가
들어왔다.

이중 14개 업체는 외국인에 지분을 모두 넘겼다.

40개 업체가 도입한 외자는 총 10억3천4백33만달러에 달해 외국인 평균
지분율이 77.5%에 이른다.

전경련은 이에대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우량 부품 업체들이 헐값에
매각되거나 경영권 안정을 상실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신문용지 카본블랙 종묘 등 13개 업종에서 외자계가 국내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기업이 독과점적인 지위를 차지함에 따라 소비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외국계 자본이 시장의 절반을 좌우하게 된 맥주업계가 내년 1월의 주세인하
를 앞두고 가격인상을 추진했던 것은 종전같으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

한편 외국계기업들은 올해부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에도 적극 가입,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전경련에 가입한 외국계 기업은 한국쓰리엠 볼보건설기계코리아 듀폰
한국바스프 한국휴렛팩커드 등 15개사.

GM코리아도 가입 의사를 표명했다.

< 채자영 기자 jycha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