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과 대구의 산업계만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온전치 않다.

극심한 부채에 시달리는 등 재정운영이 상당히 부실한 상태다.

외국자본을 끌어오려고 애를 쓰지만 시원치 않다.

대부분의 민자유치 사업들은 사실상 중단상태다.

사후 수익을 위해 추진한 사업들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침체에 빠진 산업계를 도와야 할 지방정부 마저도 홀로서지 못하고 있는
꼴이다.

부산시의 빚은 2조2백억원 규모.

매년 갚아야 하는 이자만 3백억원을 넘는다.

올 연말엔 빚이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의 부채도 1조6천억원을 넘는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지자체들은 사업확장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때문에 부산시와 대구시는 2003년까지 매년 4천억~6천억원의 빚을 더
내야 할 형편이다.

빚을 내 빚을 갚아 나가야 하는 형국이다.

중앙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시민단체들마저 "무리한 사업확장을 그만두고 공사 마무리에 주력하라"고
촉구할 정도다.

벌여놓은 사업에선 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해운대 명지 신호 등을 개발했지만 토지가 제대로 팔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8천4백억원의 빚을 졌다.

부산관광개발과 의료원도 설립된 지 3년이상이 지났지만 적자상태다.

대구시가 투자한 대구정보센터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지 오래다.

재정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오히려 부담만 주고 있는
꼴이다.

사업선정이 잘못됐거나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결과로 볼 수 밖에 없다.

항만과 화물기지 도로 교량 등 대규모의 자본이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민간자본으로 건설하는 계획을 중앙정부와 함게 추진하고 있지만
제대로 진행되는 것은 단 한건도 없다.

이제는 외자유치 만이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다.

그러나 의향서만 체결한 채 진척은 부진하다.

실제로 돈이 들어오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부산과 대구시는 세수확보와 수익성 있는 사업에 안간 힘을 쓰고 있다.

자동차세를 납부하지 않으면 차량번호판을 떼갈 정도다.

부산시의 경우 체납자에 대해서는 직장에 연락해 월급과 재산차압에
들어가고 있다.

대구시는 공기업 주식투자에 나서기도 한다.

부산발전연구소 김영구 소장은 "지자체들이 사업을 벌리는 데만 혈안이
되서는 안된다"며 "과학적인 분석과 예측을 바탕으로 예산과 사업을 편성하고
집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익성을 겨냥해 벌린 사업은 철저하게 상업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경실련 이동환 사무처장은 "선심성 사업비와 불투명한 판공비부터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부산=김태현 기자 hyun11@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