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밀레니엄을 며칠 앞둔 한국 사회는 "새롬기술 신드롬"에 걸려 있다.

한편에서는 혜성처럼 등장한 새롬기술을 쫓느라 분주하고 다른 한편에선
"제2의 새롬기술"을 찾아내려고 바쁘다.

증권사 지점에서는 "거래소 주식을 무조건 팔고 새롬기술 같은 주식을
사달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

"새롬동우회"라는 친목단체까지 등장했다.

"새롬기술 신드롬"은 1차적으로는 주가의 단기급등에 기인한다.

새롬기술 주가는 불과 4개월만에 90배나 치솟았다.

이 회사 자본금은 66억원인데 싯가총액은 2조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자본금이 3조3천9백억원인 조흥은행과 세계적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겨루는 수준이다.

"뜀뛰기 하는 주식이 있는데 옆걸음이나 뒷걸음 치는 주식에 왜 관심을
갖느냐"는 심리가 확산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새롬기술 신드롬은 주가가 아닌 "사회학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사회적인 부가 5대 재벌에서 소기업이나 개인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그동안
소외받았던 개인들이 자신을 돈방석에 앉은 벤처기업가와 "동일시"하면서
새롬기술 열풍에 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새롬기술 주가는 통상적인 모델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올해 매출액 2백85억원, 당기순이익 10억원, 주당순이익(EPS) 76원에 불과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새롬기술 주가의 경이성은 "다이얼패드 닷 컴 (Dailpad.Com) "의 성장성을
고려해야 "이해"할 수 있다.

미국에서 무료로 인터넷전화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 회사는 새롬기술이
56%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 10월18일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달만에 가입자수가 1백20만명이 넘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내년 1월부터 한국을 비롯한 일본 독일 등 10여개 국가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할 경우 가입자수는 7백만~8백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슷한 서비스를 유료로 하고 있는 "네트폰"의 가입자수는 2년동안 50만명
인데 싯가총액이 28억달러(약 3조2천억원)에 달한다.

3천8백만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야후"의 싯가총액은 1천67억달러(약
1백22조원)나 된다.

새롬기술 주가에 대한 이런 분석은 나스닥시장이 계속 강세를 나타내고
경쟁기업이 진입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뉴밀레니엄에 대한 프리미엄이 없어지고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등 여건이 상당히 바뀔 것이다.

그런 여건 아래에서도 나스닥시장이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새롬기술 신드롬에 빠져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 홍찬선 증권부 기자 hc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