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나 앤드 킹"( Anna and the King )은 19세기말 동양의 소국을 다스렸던
한 왕의 애틋한 사랑얘기를 담은 영화다.

그 대상이 서양의 평범한 여인이란게 특이하다.

태국의 모체인 사이암 왕국의 몽쿠트왕과 영국인 왕실가정교사였던
애나 레노웬스와의 실화를 밑그림으로 해 이야기를 꾸몄다.

사이암 왕국의 몽쿠트왕(주윤발)은 서구열강의 침입에 맞서 현명하게
왕국을 통치한다.

몽쿠트왕은 사회제도와 교육의 현대화를 꾀하기 위해 영국의 젊은 미망인
애나(조디 포스터)를 왕실가정교사로 초청한다.

애나는 낯선 환경속에서 58명이나 되는 왕실자녀들을 가르친다.

몽쿠트왕과 애나는 교육방식과 문화차이로 매사에 의견충돌을 일으킨다.

애나는 그러나 왕국을 다스려야하는 몽쿠트왕의 고뇌를 이해하고 인간적
연민과 함께 사랑을 느낀다.

몽쿠트왕 역시 애나를 단순한 왕실가정교사가 아닌 여자로 바라본다.

영화는 몽쿠트왕에 대한 애나의 미묘한 감정변화를 애나의 시점에서 풀어
놓는다.

두 사람의 사랑과 함께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곁들여 시대극으로서의
중심을 잡았다.

고증을 통해 재현해낸 사이암 왕국의 화려한 왕실풍경이 볼만하다.

사이암 왕국의 독특한 사회관습을 접할 수 있는 것도 이 영화의 미덕이다.

다만 서구우월주의적 색채가 짙게 배어 있어 거슬린다.

93년 할리우드 진출이후 "커럽터" "리플레이스먼트 킬러"등 액션영화
출연에만 머물렀던 주윤발의 연기폭을 확인할 수 있다.

"에버 애프터"의 앤디 테넌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31일 개봉.

< 김재일 기자 kji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