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데 자나르디 < 에르메네질도 제냐 코리아 패션코디네이터 >

모든 것에는 근원이 있고 우리가 현재 입고 있는 양복도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남성복 패션을 만들고 발전시켜 온 나라로는 전통및 우아함을
중시하는 영국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미국, 고급소재와 고도의 바느질 솜씨를
자랑하는 이탈리아를 꼽을 수 있다.

이 세나라들은 남성복 패션의 주요 요소가 되는 소재와 디자인은 물론
어깨선의 모양새나 몸의 선에 따라 조이고 늦춰주는 전체적인 실루엣 등을
끊임없이 변화시켜 가면서 양복의 세계를 주도해 왔다.

오늘은 남성복 빅3국가들이 보여준 각각의 특성과 역사를 살펴보기로 하자.

윈저공과 버킹검궁의 경호원들이 보여주듯 영국식은 절제된 우아함으로
요약된다.

영국적 스타일은 사실 외국으로 많이 전파되었다기 보다 영국내에서 더욱
고집스럽게 지켜져 왔고 대중적인 사랑을 누려온 것이 사실이다.

재킷의 뒤 트임이 없는 이탈리아식과 달리 영국식 수트는 뒤 트임이 깊고
단추가 2~3개 달린 싱글 재킷이 주종을 이룬다.

그러나 더블 재킷이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바지는 보통 2개의 앞주름을 잡아 편안함을 주었고 포켓은 바지 솔기 옆에
일자로 나란히 재단된다.

영국식은 편안함을 추구하면서도 다소 형식적이고 권위적인 면이 없지는
않지만 유행에 여전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스타일은 그 나라의 특성대로 실용성이 돋보인다.

초기에 영국의 영향을 받았던 미국 양복은 남성복의 대량생산 시대를 맞아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재킷 단추는 3개가 기본이었으나 이중 가운데 단추만 잠그고 첫번째 단추를
재킷 깃에 숨겨 놓은 독특함을 개발했으며 바지 포켓은 솔기와 일자로
재단하는 영국식을 벗어나 사선으로 놓음으로써 손을 넣고 빼기가 한결 쉽게
배려했다.

비즈니스맨들을 위한 소프트 숄더는 전세계 영화시장을 석권한 미국영화와
할리우드 스타들에 의해 대중화된 전형적 미국 스타일로 꼽힌다.

약간의 패드가 들어간 부드러운 어깨선, 단추 2개의 재킷, 주름없는 바지와
조끼가 어우러져 스리피스 스타일로도 불린다.

마지막으로 이탈리아식을 살펴보자.

대체적으로 이탈리안 스타일은 어깨가 높고 패드가 각진 모양으로 유럽식
재킷들에 비해 몸에 붙고 소매둘레도 좁은 것이 특징이었다.

한때는 지나치게 몸에 달라붙는 양복이 유행한 적도 있었는데 이탈리아
산레모에서는 가장 적은 양의 옷감을 가지고 옷을 짓는 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정통 이탈리안 수트는 까다로운 바느질 기술이 필요한
다소 복잡하고 편치않은 옷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들은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던 이 나라 출신 디자이너들에 의해 크게 바뀌었다.

다소 헐렁하고 넉넉한 디자인으로 편안함을 주었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새로운 소재의 개발과 이에 맞는 고도의 바느질 기술은 이탈리아 남성복
패션의 국제적 명성을 이끌어가고 있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