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중략)/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의 시 "광야"다.

이를 그림으로 표현하면 어떤 형상이 나올까.

화가 박창돈은 기수가 말을 타고 광야를 달리는 모습으로 이 시의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시의 내용을 그림으로 형상화시킨 "그림이 있는 시화전"이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청담동 서림화랑에서 열린다.

서림화랑이 시의날(11월1일)을 기념하기위해 지난 87년이후 매년 개최해온
전시회로 올해로 13번째다.

모두 12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그림속에는 시를 써넣지 않고 대신 스피커를 통해 시를 낭송해주고 있다.

원로작가 오승우는 활짝 핀 모란꽃으로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이미지를 최대한 살렸다.

김영재는 시퍼런 바다와 눈덮인 산, 수확이 끝난 들판으로 김남조의
"겨울바다"를 더욱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한국춤을 그려온 강우문은 고깔모자를 쓰고 춤을 추는 여인을 묘사해
조지훈의 "승무"와 연결짓고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소재로 다룬 이희중은 진달래꽃이 핀 산에 옛한복을
입은 선비가 지팡이를 짚고 지나가는 모습을 그려 서정성을 더해주고 있다.

초록색을 잘쓰는 작가로 정평이 나있는 장리규는 정지용의 "향수"를 냇물이
흐르는 들판으로 형상화시켰다.

이밖에도 황주리 정일 안병석 윤장렬은 각각 김광섭의 "저녁에", 윤동주의
"서시", 김수영의 "풀", 서정주의 "동천"이란 시에 걸맞는 작품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잡고 있다.

(02)514-3377

< 윤기설 기자 upyk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