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슈퍼메이저들간의 경쟁이 시작된다".

지난 2년여동안 초대형 매수.합병(M&A)으로 몸집을 부풀려온 세계적
석유업체들이 슈퍼메이저들간의 경쟁에 대비, 체제정비를 서두르고 있다.

엑슨모빌의 리 레이몬드 회장은 최근 월가의 투자분석가와 기자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전통적인 메이저(세계적 석유업체)들이 몇 개 업체로 재편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이들 슈퍼메이저들간에 서로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 올 것"
이라고 말했다.

석유메이저들간의 1차 경쟁이 초대형M&A 경쟁이었다면 이를 통해 거듭난
슈퍼메이저간의 싸움이 이제부터 본격화될 2차 경쟁이라는 얘기다.

이같은 세계석유업계의 구도는 사실 지난해 말 엑슨과 모빌이 전격적으로
합병계획을 발표한 후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예상해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21세기 슈퍼메이저가 될 기업으로 엑슨모빌 BP아모코 로열더치쉘
을 꼽는다.

여기에 쉐브론과 텍사코가 다른 기업에 매수당하든지 서로 합치는 형태로
명맥을 유지하겠지만 현재까지는 "삼국지"구도를 예상하는 견해가 강하다.

슈퍼메이저들은 각각 고효율 저비용 구조를 통해 2차 경쟁에 대비하고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엑슨모빌은 합병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초강력 비용절감계획을 세웠다.

회사는 올해 세전 수익이 당초 예상보다 10억달러 많은 3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레이몬드 회장은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오는 2002년까지 1만6천명
(당초 9천명 계획)의 종업원을 추가 삭감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과잉 경영진도 정리에 들어가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3천명의
임원을 내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레이몬드 회장은 합병으로 수익구조와 현금흐름이 매우 좋아졌다며 38억달러
수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레이몬드 회장이 이례적으로 기업경영보고에 나선 것은 미 연방거래위원회
(FTC)가 엑슨과 모빌의 합병을 이달초 만장일치로 승인하면서 일련의
합병절차가 완결되자 "메이저중에서도 최고의 업체"임을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로열더치쉘도 합병에 따른 일부 자산매각과 효율성 제고에 힘입어 오는
2001년까지 회사수익이 40억달러(당초보다 60% 증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쉘이 주주들의 수익을 높여준다는 차원에서 수십억 달러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측은 그러나 내년까지 1만8천명(전체의 18%)의 종업원을 줄인다는
경비절감계획은 지속적으로 펴나갈 계획이다.

또 업계 저변에서는 기왕에 가장 큰 기업으로 태어나기 위해 세브론과
텍사코 등 중견메이저들중에서 추가 매수대상기업을 찾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BP아모코는 아직 "덩치키우기"가 완결되지 않았다며 애틀란틱 리치필드
(일명 아르코)를 상대로 적극적인 "구애"의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다.

지난해 엑슨과 모빌의 합병 발표후 서둘러 BP가 아모코를 흡수 통합시켜
현재는 세계 3위의 석유메이저이다.

BP아모코는 그동안 중복 투자됐던 설비와 인력을 과감히 줄인다는 계획에
따라 비용 20억달러, 종업원 1만명 감축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