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사의 "팔자"행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주가가 오를 때마다 투신사들이 찬물을 끼얹고 있어 투자자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

최근 이틀째 주가가 장중에 1,000선을 돌파했지만 번번히 되밀린 것도
투신사의 매물 탓이었다.

현대투신운용을 비롯한 대형 투신사의 만기도래한 스폿펀드가 그 주역이다.

스폿펀드는 만기가 되면 무조건 펀드를 청산해야 된다.

악성매물인 셈이다.

여기에 일반펀드의 환매도 가세하고 있다.

외국인이 이달들어 무려 9천억원어치를 사들여도 별반 효과가 없을 정도다.

증권업계는 그러나 투신사 매도공세가 연말을 기해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초 신규자금이 펀드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규 펀드에서의 주식매수가 펀드환매에 따른 매도세를 상당부분 상쇄할수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투신사 수급악화 요인 =투신사는 이달들어 1조4천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주 원인은 지난 6-7월 설정된 만기 6개월짜리 스폿펀드의 청산물량이다.

스폿펀드는 만기도래시 무조건 청산해 고객에게 원리금을 돌려주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수급쪽에서 보면 악성매물로 분류된다.

지난주 1천5백억원이었던 순매도규모가 이번주 5천6백억원에 달하는등
연말이 다가올수록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연말연시의 주식시장 휴장으로 내년초에 만기도래하는 펀드까지 미리
주식을 팔아야하기 때문이다.

투신사 관계자들은 "소나기는 일단 지나가고 있지만 가랑비는 지속될 것"
이라고 말했다.

내년 1월말까지 남아있는 규모는 1조7천억원정도로 추정된다.

주식편입비율을 평균 40%로 가정하더라도 6천억-7천억원이 매물로 대기하고
있는 셈.

투신사중 스폿펀드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현대투신의 최대문 이사는
"내년 1월에 도래할 스폿펀드의 주식편입비율을 30%정도로 낮춰놨다"고
밝혔다.

일반펀드의 환매는 감소추세다.

결산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금융기관및 일반법인의 환매가 마무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년 1월 10조원규모의 일반펀드가 환매 가시권에 접어든다.

지난 7월에 주식형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10조원인데 이 자금이 내년
1월부터 중도환매수수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중 얼마나 환매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연초이후 수급개선 전망 =결산을 위해 펀드에서 빠져나갔던 금융기관
자금이 해를 넘긴뒤 투신사 펀드로 환류될 가능성이 높다.

권오경 한국투신 마케팅팀장은 "연말에 환매해간 상당수 기관들이 연초에
다시 돈을 넣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하락으로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금융기관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시장으로, 그것도 간접투자상품으로 돈을 맡길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되면 투신권이 매수세력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외국인과 함께 "쌍끌이"장세도 기대된다.

정덕효 현대투신 수석펀드매니저는 "금융기관의 펀드가입으로 투신이 매수에
나서고 그에 따라 주가가 1,000 고지에 안착할 경우 개인들의 펀드가입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장진모 기자 j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