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제무역전선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달초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총회에서 뉴라운드출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애틀 총회 결렬로 국제무역마찰과 분쟁이 격심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더욱이 내년은 미국대통령선거와 의회선거가 실시되는 해다.

따라서 미국의 여야 대통령및 의원후보들은 미국경제의 최대 골칫거리인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대외시장개방공세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프린스턴대 국제경제학자 피터 케난, 부시 대통령 시절 미무역대표부(USTR)
부대표였던 줄리어스 카츠, 클린턴 대통령의 경제고문을 지낸 다니엘 타룰로
조지타운대 교수등 저명한 국제통상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내년이 세계적으로
"무역마찰의 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시애틀 회담에서의 합의 실패로 차기 다자간 자유무역협상은 적어도
1년반은 지나야 가능할 전망이다.

내년말 미국대통령선거에서 선출된 새 대통령이 2001년 1월에 취임한 후
3~4개월은 지나야 신임 미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리더십은 절대적이다.

미국이 앞장서지 않는 한 글로벌차원의 국제무역협상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새로 시작될 다자간 무역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국은 내년
1년동안 교역 상대국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죌 것으로 예상된다.

각국이 내년 1년을 기선제압의 해로 삼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전문가들
의 진단이다.

이경우 국가간 무역충돌 위험은 커진다.

지난 98년 아시아외환위기와 러시아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브라질
금융위기 등으로 세계무역 신장률은 3%에 그쳐 매우 저조했다.

이 탓에 작년 선진국 경제성장률은 1.5%로 사실상 침체였다.

보통 선진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면 침체로 간주된다.

상품과 서비스무역을 모두 합친 연간 세계교역액은 6조달러쯤 된다.

이중 상품무역액이 4조6천억달러, 서비스교역액이 1조4천억달러이다.

시애틀회담의 결렬로 내년에 국제무역마찰이 심화될 경우 국제교역 신장률은
다시 2~3%선으로 둔화될수 있다.

통상 전문가들은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 미국과 일본간의 무역마찰이
격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통상마찰은 자유무역 분위기를 해치고 그에 따라 무역활동은 위축된다.

미국과 유럽 일본등 선진국과 주요 개도국들이 내년에 무역분쟁의 유혹을
얼마나 이겨낼 수 있을 지가 세계 무역과 경제성장 여부의 중요한 관건이다.

< 이정훈 기자leeh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