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을 면치 못하던 무선호출기 생산업체들이 수출시장개척으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미국 무선호출기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모토로라가 자국내 생산
을 중단하면서 이 시장에 대한 호출기 수출이 급증하고 있고 중국과 동남아
수출도 활기를 띄고 있다.

무선호출기 전문업체인 스탠더드텔레콤은 지난 9월이후 미국 수출이 최고
6배까지 늘었다.

이 회사는 그동안 미국에 매달 2만~4만대 정도의 무선호출기를 수출해
왔으나 모토로라가 9월부터 생산을 중단하면서 수출물량이 12만대로 크게
증가했다.

현재 동남아에도 월 1만대정도를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미국에만 1백20만대이상 수출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탠더드텔레콤은 지난 95년만해도 국내에서 매달 10만대의 무선호출기를
팔았으나 최근에는 2천~3천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별텔레콤은 무선호출기 내수사업을 완전히 중단하고 수출에만 전념하고
있다.

지난해 캐릭터 호출기를 새로 선보였으나 별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수출이 20%정도 늘어 매달 6만대 규모의 무선호출기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는 중국에 30만대를 공급키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최근 중국에 수출할 새 모델의 개발을 끝내고 곧 선적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별텔레콤 관계자는 "내년에는 전체 수출에서 미국이 70%, 중국 동남아
중동은 30%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발주자인 와이드텔레콤은 동남아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동남아에 2백억원, 미국에 50억원정도 수출했으나 지난 11월이후
미국 수출물량을 늘리고 있다.

이 회사는 전체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97년 20%였으나
98년 50%, 99년 85%로 늘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노버텍은 지난 11월 미국 중견 통신기기업체인 씨페이지(C.PAGE)사와
60만대의 수출계약을 맺고 이달부터 선적에 들어갔다.

지난 7월에는 중국 최대의 통신기기업체인 팬더(PANDA)와 30만대의 무선
호출기 수출계약을 체결해 중국시장으로도 진출했다.

이 회사는 무선호출기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내년도 무선호출기 부문
예상매출을 6백만달러로 높여 잡고 새로운 모델개발에도 착수했다.

국내 무선호출기 시장은 97년까지만 해도 월 60만대 규모에 이르렀으나
98년부터 급속히 위축돼 올해는 월 2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휴대폰 가입자가 2천만명을 넘어서면서 무선호출기 수요는 더욱 급격하게
줄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무선호출기의 신규수요는 거의 없어지고 대체수요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미국과 중국의 무선호출기 가입자는 각각 6천만명, 7천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숫자는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어 2000년에는 신규수요만 미국이
1천6백만대, 중국 1천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 김경근 기자 choic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