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시애틀의 각료회의 결렬이후 새로운 통상
전략을 짜느라 고심하고 있다.

뉴라운드의 순조로운 출범을 전제로 마련된 전략구도를 손질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업이다.

한 본부장으로부터 밀레니엄 통상기류에 대한 진단과 한국의 대응태세에
대해 들어봤다.

-한국이 뉴라운드 조기출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국민경제의 대외무역의존도가 미국 19%, 일본 18%인데 비해 우리는 무려
63%에 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뉴라운드 같은 다자간 통상협상을 통해 자유무역을 촉진하는
것은 한국의 숙명적인 과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경제가 성장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는 세계통상기류가 보호주의로
회귀하는 것입니다.

만약 뉴라운드가 좌초되는 등 다자간협상 무드가 깨지면 한국은 치명타를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시애틀회의 결렬은 한국의 통상전략에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되는데.

"21세기 새로운 무역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시애틀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는 일시중단된 것이지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닙니다.

농산물 서비스와 더불어 공산품관세인하 투자, 경쟁정책 등 여러가지
이슈들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것이 절대 유리한 한국입장에서 보면 뉴라운드
출범이 지연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시애틀회의가 결렬된 주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복잡한 의제에 비해 시간(11월30일-12월3일, 4일간)이 충분하지 않았고
회원국간에 기존 의제를 놓고서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상황에서
노동 환경 등 새로운 이슈들이 등장하면서 협상의 일괄타결이 더욱 힘들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애틀에서 협상의 진전도 있었다는데.

"그렇습니다.

뉴라운드의 근간을 이루는 농업 서비스 공산품 분야 등에서 상당한 의견
접근이 있었습니다.

이처럼 진전된 합의사항은 다시 열리게될 각료회의에서 계속 이어서 논의될
것입니다"

-협상재개를 위한 어떤 노력이 있습니까.

"제네바의 WTO 사무국이 일반이사회 의장을 내년 2월에 새로 선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후부터 협상 재개를 위한 대사급 미팅이 구체화될 것입니다"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미국의 대통령 선거 등으로 뉴라운드 협상이 본궤도
에 오르는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는데.

"다자간 협상무드가 가라앉고 쌍무협상을 통한 시장개방압력 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갖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등 세계교역을 주도하는 나라들이 시애틀의 결렬로 인해
체면을 크게 손상당한 것이 사실이고 이들이 기본적으로 "글로벌체제"에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반대 전망도 가능합니다.

뉴라운드는 어차피 3년정도 소요되는 마라톤 협상으로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다소 출발이 늦어져도 전체 일정에는 큰 차질이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농산물협상은 뉴라운드에 상관없이 전개된다는데.

"그렇습니다.

농산물과 서비스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때 이미 2000년부터 후속
협상으로 시작하게돼 있었습니다.

따라서 내년초부터 협상이 시작될 것입니다.

다만, 시애틀에서 진전된 내용을 놓고 연장선상에서 할 것인지 새로 시작할
것인지를 놓고 회원국간에 의견대립이 예상됩니다"

-새천년 대외경제전략은 어떻게 구상하고 있습니까.

"협상전략도 중요하지만 세계경제의 흐름을 미리 내다보고 국내적인 대응
태세를 미리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준비는 농업에서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경쟁력
을 기르는 것이며 뉴라운드는 이를위한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 이동우기 기자 lee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