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지난 88년(10.5%)이후 11년만에 두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27일 발표한 "2000년 경제전망"을 통해 99년중 한국경제가 10.2%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한은은 내년에도 한국경제가 7.2%의 성장률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 7.8%와 비교하면 다소 낮은 것이다.

그러나 한은도 한국경제가 양호한 성장탄력을 유지한다는 데는 이론이 없는
듯하다.

한은은 지난 10월중 내년도 경제전망을 내놓으면서 성장률을 6.4%로 봤었다.

그런데 두달도 안돼 다시 수정했다.

장병화 한은 경제예측팀장은 "엔고 영향으로 수출이 활기를 띠면서 4.4분기
7.1%(통관기준) 늘 것으로 봤던 수출이 2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며
전망 수정배경을 설명했다.

수출증가 등에 힘입어 4.4분기 성장률이 13.6%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10월에 전망했던 9.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경제에도 관성법칙이 존재한다.

외환위기 등과 같은 대규모 외부충격이 가해지지 않는 한 성장세는 크게
꺾이지 않는다.

다만 성장속도는 둔화될 수 있다.

4.4분기에 예상이상으로 경제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내년 1.4분기 경제성장률
도 상당히 높게 시작할 공산이 크다.

하반기들면서 성장률이 낮게 나오더라도 연평균으로는 7.2% 성장률이 가능
하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분기별로는 약 1.5%씩 성장할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한은은 특히 올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건설투자 증가율이 내년중 5.1%
의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의 경우 구조조정이 마무리된데 힘입어 15.5% 늘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성장추세를 놓고 KDI등 일부 연구기관에서 한국경제의 실제생산이
이미 잠재생산능력을 넘어섰다는 주장을 펴지만 한은은 고개를 젓는다.

경기과열을 판단할 수 있는 각종 지표들이 아직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내년 하반기 이후께 가서야 공급 애로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상수지의 경우 내년에도 흑자를 지속하겠지만 그 폭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관측됐다.

내년도 연간 흑자규모는 1백15억달러로 전망됐다.

올해(2백60억달러)의 절반도 안될 것이라는 얘기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나 경상흑자 축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됐다.

내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0.8%)보다 높은 3.1%로 점쳐졌다.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임금의 오름세 지속 등 비용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경기호조가 지속돼 수요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도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