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순훈(56)전 정보통신부장관이 뉴밀레니엄 지침서 "기본으로 돌아가자"
(중앙M&B, 7천원)를 펴냈다.

대우전자 사장 때 "탱크주의"를 주창했던 그는 이 책의 부제를 "새 천년을
여는 배순훈의 신탱크주의 선언"으로 붙였다.

신탱크주의는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면서 창의성을 키우자는 것.

"첨단"은 "기초"에서 나온다는 얘기다.

그는 정보통신기술과 벤처기업이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지름길이긴 하지만
기술력만 갖고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창의적인 생각이 뒤따르지 않으면 오히려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의 글은 쉽게 잘 읽힌다.

일상생활 얘기부터 기업체 근무, 장관 시절, 외국유학 체험까지 다양하게
들려주면서 발상전환의 방법을 자연스레 일깨운다.

그 중에서도 "창의적인 사고의 다섯 단계"가 눈길을 끈다.

사실 평범한 것 같지만 우리가 잘 실천하지 못하던 것들이다.

첫번째 단계는 "문제를 정의하라(Problem Definition)"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해답을 알아내는 것보다 문제가 뭔지를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철저히 공부하라(Preparation)"다.

문제해결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된 정보를 분석하는 일이다.

세번째 "까맣게 잊어버려라(Incubation)"는 역설적인 단계다.

닭이 알을 품고 부화를 기다리듯이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숙성시키라는 것이다.

이미 정보가 충분한 사람일수록 의식적인 망각의 단계가 필요하다고 한다.

네번째는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것을 포착하라(Illumination)"다.

아르키메데스나 뉴턴의 발견처럼 기막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순간 그것을
포착하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기초 연구과정과 정보수집.분석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이것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섯번째는 "반짝이는 것이 모두 황금은 아니다(Follow-up)"라는 것.

여태까지의 결과를 최종점검하는 단계다.

아이디어가 현실에 맞는 것인지 아닌지를 철처하게 검증해야 한다.

그는 대우그룹의 몰락도 이 단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고두현 기자 kd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