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는 1백점 만점에 1백20점, 개혁은 80점"

올 한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에 대해 전문가들이
내리는 평가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했던 내용중 거시경제
지표들은 거의 모두 초과달성됐다.

그러나 <>구조개혁 <>중산.서민층 생활안정 <>21세기 지식기반경제사회
준비 등은 미흡한 부분이 많다.

특히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서울은행의 매각실패, 부실생명보험사 정리
지연, 회생가능성 없는 워크아웃기업의 퇴출지연 등이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 거시경제지표 =정부는 거시경제운용 목표를 "경기회복세 지속을 통한
일자리 창출"로 잡았다.

이 부분은 아무리 인색하게 평가하더라도 만점을 줄 수 밖에 없다.

당초 5-6%로 예상했던 성장률은 10%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업률도 11월 현재 4.4%까지 떨어졌다.

그러면서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8%에 그치는 "사상최저 수준의 안정"을
유지했고 경상수지흑자도 지난달말로 2백35억달러에 달해 목표치(2백억달러)
를 초과했다.

"대우사태"라는 초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거시경제지표가 모두
호조를 보일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저금리기조 유지"에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단기 금리차가 다섯달째 5%포인트나 벌어지는 등 자금
시장의 왜곡을 우려하는 시각도 대두되고 있다.

<> 서울은행 매각실패 =금융감독위원회는 IMF(국제통화기금)와 약속한
제일.서울은행 매각계획중 절반만 성공했다.

제일은행은 뉴브리지캐피탈에 매각돼 내년부터 새출발하는 반면 홍콩상하이
은행(HSBC)과의 서울은행 매각협상은 무산됐다.

금감위는 국제적인 금융회사를 선정해 서울은행의 경영을 맞길 방침이다.

JP모건 등 3개 금융기관이 위탁경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실사 등 시간이 걸려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또 정식매각이 아닌 위탁경영 및 지분일부 참여 형태여서 제일은행 만큼
성과를 보일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 7개 부실생명보험사 정리 =대한 국민 조선 동아 한덕 태평양 두원 등
7개 부실생명보험사중 대한 두원을 제외하고는 매각 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대한생명은 국유화해 새 경영진이 선임돼 정상화를 추진중이다.

두원생명은 대한생명에 계약이 이전됐다.

국민 조선 동아 한덕 태평양 등 5개 부실생보사는 인수희망사가 나타났으나
매각가격을 둘러싼 이견으로 본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상태다.

국민은 뉴욕생명, 조선은 현대그룹, 동아는 금호그룹, 한덕은 고려아연,
태평양은 동양/로스차일드컨소시엄과 협상중이다.

매각이 늦어지면 국유화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내년초까지 매각작업을 모두 끝내겠다고 밝혔다.

다소 지연되긴 했으나 매각작업은 제일은행이나 서울은행을 팔 때보다는
비교적 신속히 진행됐다는 평가다.

매각작업은 성급히 추진할 경우 제값을 받기 어려워 연내 매각 등으로
시한을 박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대한 두원을 제외한 5개사는 매각작업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내년에
모두 인수사측 생명보험사에 합병될 전망이다.

<> 회생가능성 없는 워크아웃기업 퇴출 =정부는 회생가능성이 없는 워크아웃
기업은 퇴출시키기로 했으나 실제로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워크아웃기업 10개 정도가 빚을 더 줄여주는 2차 워크아웃을 했거나 추진중
이다.

정부는 대신 2차 워크아웃 과정에서는 오너들 대부분을 경영일선에서 퇴진
시킬 계획이다.

워크아웃기업 퇴출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구조조정
의지가 퇴색한데다 채권단이 더 많은 부실을 떠안을 것을 우려해 퇴출결정을
주저한데 따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우사태로 금융기관들이 다른 부실사 처리에 관심을 갖기 어려웠던 면도
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대우사태에 따른 충격이 흡수되는 내년부터는 채권단도
부실기업을 솎아내는데 적극 나설 것이라며 법정관리 화의기업과 함께
워크아웃기업중 회생가능성이 없는 회사를 가려내 과감히 퇴출시키겠다고
밝혔다.

< 오형규.허귀식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