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99년'과 '00년'의 교차로에서 .. 변도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변도은 < 본사 논설위원 >
1999년이 저문다.
오늘 하루만 지나면 서기 2000년이다.
새 세기 새 천년이 시작된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아 지금 전세계 60억 인구가 들떠 있다.
우리도 그 속에 들어 있다.
만에 하나 일어날지도 모를 "Y2K" 재난에 대한 우려만 빼놓고 본다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다.
아무튼 우리는 이제 얼마 안 있어 두 천년과 두 세기, 그리고 흔치는
않겠지만 일부는 3세기를 살게 되는 셈이 된다.
21세기의 기점에 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없지 않지만 우리는 일찌감치
2000년1월1일로 정해놓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고 있을까.
사람마다 지문과 DNA가 다른 것만큼이나 각양각색,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유별난 경우와는 관계없이 섣달 그믐이 되면 사람들은 으레
습관적으로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면서 곧 이어질 새해를
그려보곤 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새 천년 새 세기에 관한 얘기와 법석은 어차피 뜬구름 같은 것이다.
아무도 알 수 없고 소란은 곧 가라앉을 것이다.
그래서 세모를 맞아 특히 짚어볼 만한 것 몇 가지에 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우선 잊고싶은 것부터 보자.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히 잊기 힘든 일로 씨랜드
어린이참사사건과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를 꼽고 싶다.
그리고 특검에다 검찰수사까지 모두 마무리했다지만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않은 옷 로비사건을 꼽음직하다.
이들 사건은 비록 그 배경과 내용은 서로 달라도 한결같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담고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모를 우리네 교육, 형편없는 준법정신과
질서의식, 아무리 떠들어도 개선되지 않는 안전불감증, 위 아래 가릴것 없이
널리 만연돼 있는 부정과 부패관행, 그리고 불신의 골을 더해주는 거짓말의
난무 등 하나같이 병든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대형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우리는 으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나무란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예방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뜻에서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진짜 문제는 소를 잃고 나서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데
있다.
앞에 든 두건의 대형 화재참사사건만 해도 그 뒤에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으며 또 지금껏 그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보면 알만할 것이다.
옷 로비사건도 결국은 얼마 안가 잊혀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안타깝지만 늘 그래왔듯이 다시는 그와 같은 허망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또 한 해를 마감하는 수밖에 없다.
다음은 경제다.
정치는 총선 때문에 어차피 어수선할 게 분명하고, 궁금한 것은 경제다.
기대와 불안이 반반이다.
성장은 계속될 모양이고 따라서 경기는 전반적으로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한편 불안한 구석도 있다.
가장 큰 걱정은 뭐니뭐니 해도 물가다.
지금 국책연구기관들까지 거의 이구동성으로 물가 걱정을 하는 데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IMF한파로 잔뜩 오그라들었던 수요가 경기회복과 증시호황 등으로 폭발하고
있는 반면 그간의 설비투자 부진과 기업도산 때문에 공급은 미처 따라가지
못해 수요인플레가 우선 염려된다.
그리고 다음은 또 임금과 금리, 유가상승 가능성에다 엔고에 따른 대일
수입단가상승 압력마저 겹친 코스트인플레요인을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 그동안 눌려왔던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가세할 것이다.
일부는 이미 새해 벽두부터 오를 폭까지 예고되어 있다.
또한 정부발표와는 거리가 있는 실업의 현실과 벌어지는 소득격차, 그리고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퍽 시끄러울 것 같은 노사관계 등은 어찌될지 모를
증시 향방과 함께 새해 경제에는 물론 정치 사회적으로 상당한 불안 요인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정부의 짐이 그야말로 무거운 한해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짚어보고 싶은 것은 현안인 Y2K문제와는 별개의 2000년
연도표기 문제에 관한 것이다.
새해부터는 평소에 연도표기를 반드시 네자릿수로 해야 하는 건지, 과거에
흔히 해오던 대로 마지막 두 자리, 이를테면 00년 앞에 생략기호('')를 붙여
''00년으로 써서 ''99년 혹은 ''98년과 구분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00년으로
해도 무방할 것인지를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평소 우리는 관행적으로 마지막 두 자리 연도표기만을 즐겨 사용해왔기
때문에 미리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 순간에는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Y2K문제가 우선 제발
별탈없이 넘어갔으면 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1일자 ).
1999년이 저문다.
오늘 하루만 지나면 서기 2000년이다.
새 세기 새 천년이 시작된다.
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아 지금 전세계 60억 인구가 들떠 있다.
우리도 그 속에 들어 있다.
만에 하나 일어날지도 모를 "Y2K" 재난에 대한 우려만 빼놓고 본다면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은 기대와 희망에 부풀어 있다.
아무튼 우리는 이제 얼마 안 있어 두 천년과 두 세기, 그리고 흔치는
않겠지만 일부는 3세기를 살게 되는 셈이 된다.
21세기의 기점에 관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없지 않지만 우리는 일찌감치
2000년1월1일로 정해놓고 있다.
사람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이 역사적인 순간을 맞고 있을까.
사람마다 지문과 DNA가 다른 것만큼이나 각양각색,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은
아마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유별난 경우와는 관계없이 섣달 그믐이 되면 사람들은 으레
습관적으로 지나간 한 해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면서 곧 이어질 새해를
그려보곤 한다.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새 천년 새 세기에 관한 얘기와 법석은 어차피 뜬구름 같은 것이다.
아무도 알 수 없고 소란은 곧 가라앉을 것이다.
그래서 세모를 맞아 특히 짚어볼 만한 것 몇 가지에 관해 함께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우선 잊고싶은 것부터 보자.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지만 그 가운데서도 특히 잊기 힘든 일로 씨랜드
어린이참사사건과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를 꼽고 싶다.
그리고 특검에다 검찰수사까지 모두 마무리했다지만 여전히 뒷맛이 개운치
않은 옷 로비사건을 꼽음직하다.
이들 사건은 비록 그 배경과 내용은 서로 달라도 한결같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담고 있다.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할지 모를 우리네 교육, 형편없는 준법정신과
질서의식, 아무리 떠들어도 개선되지 않는 안전불감증, 위 아래 가릴것 없이
널리 만연돼 있는 부정과 부패관행, 그리고 불신의 골을 더해주는 거짓말의
난무 등 하나같이 병든 우리 사회의 치부를 전부 혹은 부분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대형 사건 사고가 터질 때마다 우리는 으레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나무란다.
사후약방문이 아닌 예방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려는 뜻에서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진짜 문제는 소를 잃고 나서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데
있다.
앞에 든 두건의 대형 화재참사사건만 해도 그 뒤에 과연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으며 또 지금껏 그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해
보면 알만할 것이다.
옷 로비사건도 결국은 얼마 안가 잊혀지고 말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안타깝지만 늘 그래왔듯이 다시는 그와 같은 허망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또 한 해를 마감하는 수밖에 없다.
다음은 경제다.
정치는 총선 때문에 어차피 어수선할 게 분명하고, 궁금한 것은 경제다.
기대와 불안이 반반이다.
성장은 계속될 모양이고 따라서 경기는 전반적으로 괜찮을 것 같다.
그러나 한편 불안한 구석도 있다.
가장 큰 걱정은 뭐니뭐니 해도 물가다.
지금 국책연구기관들까지 거의 이구동성으로 물가 걱정을 하는 데는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IMF한파로 잔뜩 오그라들었던 수요가 경기회복과 증시호황 등으로 폭발하고
있는 반면 그간의 설비투자 부진과 기업도산 때문에 공급은 미처 따라가지
못해 수요인플레가 우선 염려된다.
그리고 다음은 또 임금과 금리, 유가상승 가능성에다 엔고에 따른 대일
수입단가상승 압력마저 겹친 코스트인플레요인을 생각해야 한다.
여기에 그동안 눌려왔던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가세할 것이다.
일부는 이미 새해 벽두부터 오를 폭까지 예고되어 있다.
또한 정부발표와는 거리가 있는 실업의 현실과 벌어지는 소득격차, 그리고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 퍽 시끄러울 것 같은 노사관계 등은 어찌될지 모를
증시 향방과 함께 새해 경제에는 물론 정치 사회적으로 상당한 불안 요인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정부의 짐이 그야말로 무거운 한해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짚어보고 싶은 것은 현안인 Y2K문제와는 별개의 2000년
연도표기 문제에 관한 것이다.
새해부터는 평소에 연도표기를 반드시 네자릿수로 해야 하는 건지, 과거에
흔히 해오던 대로 마지막 두 자리, 이를테면 00년 앞에 생략기호('')를 붙여
''00년으로 써서 ''99년 혹은 ''98년과 구분할 것인지, 아니면 그냥 00년으로
해도 무방할 것인지를 한번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평소 우리는 관행적으로 마지막 두 자리 연도표기만을 즐겨 사용해왔기
때문에 미리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지금 순간에는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Y2K문제가 우선 제발
별탈없이 넘어갔으면 하는 게 가장 큰 소망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3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