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경제의 탈국경화 현장의 또 다른 모습은 서로 다른 나라 기업들간의
활발한 인수합병(M&A)이다.

지난 10년간 이같은 국제 M&A는 급속히 늘어났다.

지난 국제M&A 규모는 약 1조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0년전의 약 20배다.

국제 M&A를 통한 기업의 탈국경화 추세는 이처럼 강하고 빠르다.

국제적 M&A(인수합병)가 가장 활발한 곳은 유럽이동통신업계.

작년 11월 세계1위의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영국)이 독일 최대 이통업체인
만네스만에 우호적 인수안(1천70억달러 규모)을 제시한 것이 좋은 예.

이에 대해 만네스만이 "고려할 가치도 없다"며 거절하자 보다폰은 당초
방침을 수정, 만네스만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하고 나섰다.

보다폰은 세계 M&A사상 최대 규모인 1천3백70억달러의 인수대금을 제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만약 합병이 성사되면 이 금액은 작년 10월 성사된 미국의
MCI월드컴-스프린트간 합병건(1천2백90억달러, 사상최대)을 훨씬 능가한다.

독일 최대 통신업체인 도이체텔레콤은 작년 하반기에 폴란드 PTC와 헝가리의
베스텔, 러시아의 RTDC 등 이동통신업체 3개사의 주식을 20억달러에
사들이기로 합의했다.

존 롬머 도이체텔레콤 사장은 "유럽내 영업기반 확대를 위해 외국업체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포드자동차가 스웨덴의 볼보승용차를,프랑스의 르노가 일본의 닛산을
인수키로 한 것은 탈국가적 인수합병의 대표적 사례들이다.

도요타 자동차 오쿠다 히로시 회장은 이와 관련, "앞으로 글로벌 메이커로서
국제경쟁력을 갖추려면 연산 5백만대 이상은 팔아야 한다"며 "2000년대에는
전세계적으로 5~6개의 자동차회사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국경화의 M&A바람이 더욱 거세질 것을 시사한 대목이다.

이국간 M&A가 러시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2개 업체만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관련된 3개 업체가 합치는 "트리오M&A"도 새롭게 등장했다.

지난해 8월 알루미늄 생산량 세계 2위인 캐나다의 알캉과 프랑스 페시니
(4위), 스위스의 알루시셰 론자가 3자 합병에 합의했다.

이 3회사간 합병이 성사될 경우 연간 매출액 2백50억달러로 세계 1위 업체인
미국의 앨코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업체로 발돋움하게 된다.

지난해 7월엔 로펌업계 세계 2위인 영국의 클리포드 챈스가 미국의 로저스
앤드 월스와 합병계획을 발표, 세계 최대 다국적로펌의 탄생을 예고했다.

여기에 독일의 푸엔데르 폴하르트 베버앤드 액스터(독일3위)까지 합병대상에
포함시키기로 방침을 정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연 매출액 10억달러 이상에 2천7백여명의 변호사를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다국적 로펌이 탄생하게 된다.

제약업계에선 영국 3위의 제네카와 스웨덴 최대 제약업체인 아스트라가
합병, 세계 3위의 제약업체로 도약했다.

합병규모만 3백50억달러에 달하는 양사의 합병은 지난해 프랑스 롱프랑과
독일의 훽스트간 합병에 자극받아 성사됐다.

국제적 M&A의 선두주자는 영국기업들이다.

올 상반기중 전체 국제 M&A의 40%인 1천8백억달러어치 상당의 M&A가 영국
기업들에 의해 이뤄졌다.

지역적으론 미국기업들에 대한 M&A가 활발해 영국기업들은 미국기업을
인수하는데 8백억달러를 투자했다.

< 김재창 기자 char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