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기술(IT)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않고는 어떤 기업도 살아 남을 수 없다.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기존 대기업들에게도 "e조직"으로의 혁신적
변화는 사활문제로 부각됐다.

일본의 닛케이비즈니스(12월27일자)는 "미국에서는 인터넷기업이
싯가총액 부문에서 종래의 대기업을 능가하고 있다"며 "이는 시장이
기업의 e조직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에 따라 좌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대기업들이 e조직으로 거듭나는데 가장 큰 장벽은 "간부
사원들의 마인드"라고 지적하고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다섯가지
기본조건을 서둘러 충족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섯가지 기본조건 <>최고경영자의 필요성 인식 <>최고정보책임자(CIO)의
배치 <>간부사원들을 상대로 한 정보화도구 교육강화 <>"전자"와 "종이"가
공존하는 상황의 불허 <>e조직 달성도를 측정할 방식의 도입등이다.

잡지는 미국과 일본기업들의 대비되는 사례들을 들어가며 e조직으로
변화 필요성을 역설했다.

월트디즈니는 ABC를 산하에 거느린 미디어업계의 강자이다.

그러나 싯가총액에서 야후에게 뒤쳐졌다.

찰스슈왑(인터넷증권)이 메를린치증권을 앞섰고 아마존(인터넷서적판매)은
번즈&노블을 따돌렸다.

e토이즈(인터넷완구판매)도 토이저러스를 능가한다.

미국내 대부분의 업계에서 이런 현상이 일고 있다.

때문에 대기업들은 인터넷비즈니스를 재확립해가고 있다.

메를린치는 지난연말 회사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결단"을 내렸다.

위탁매매수수료를 종전의 6분의 1로 낮췄다.

이번 조치로 연간 10억달러의 감익이 예상되고 위탁매매수수료의 비중은
전체 수입에서 20%이하로 떨어진다.

메를린치는 또 GE캐피털 사이몬&슈스터 맥킨지&컴퍼니등에서 대거
인재를 끌어모았다.

전자메일 음성메일 컨퍼런스콜(전화를 사용한 사내회의)주총에서의
전자투표등 e조직으로 평가받을 수있는 모든 제도가 이들에 의해
주도적으로 추진된다.

일부 기업들은 트래킹스톡(Tracking Stock)의 발행으로 인터넷기업에
대항한다.

유망한 사업부문에 대한 별도의 주식을 발행하는 것이다.

AT&T는 이동통신분야에 대한 트래킹스톡을 발행했다.

번즈&노블도 인터넷 판매분야를 자회사로 만들어 주식을 발행했다.

현재 자회사의 싯가총액은 번즈&노블의 그것을 능가한다.

잡지는 미국 기업들에 반해 일본 대기업들은 의식의 낙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전화를 받는 사람은 일하는 것이고 PC앞에 앉아 있으면
게으름피운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 통신업체의 하나인 KDD는 최근 도장 대신 사인으로 대체하라는
권고를 간부사원들에게 내렸다.

회사는 컴퓨터와 인트라넷등 e조직을 구현할만한 충분한 물적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실제로 도쿄의 3개 거점을 오가는 품의서나 보고서의 전달에는 전자메일
인트라넷이 이용됐다.

그러나 결정이 필요할 때는 "종이와 도장"이 오가는 수준을 벗어날
수 없었다.

사인으로 대체하는 권고에 대해서도 엄청난 반발이 일었다.

세무소에서 확인문의를 할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반대하는 이유였다.

도요타공기란 공작기계업체는 지난 93년에 사무전자화를 결정했다.

그러나 전자메일을 열어보지 않아 회의에 불참한 임원이 "왜 회의시간을
알려주지 않았냐"고 부하직원에 화를 내는 상황이 연출됐다.

전자문서를 교환하면서 임원을 위해 종이서류를 별도로 만드는 이중
작업이 한동안 계속돼야 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정보화사회의 도래는 인터넷기업만이 아니라 종래
산업까지 파고들어 업계를 재편시킬 것이라며 e조직으로의 변화가 없이는
21세기에 생존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지었다.

박재림 기자 tree@ked.co.kr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