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기업경영의 최고 전략은 "혁신"이다.

뿌리까지 바꾸겠다는 혁신적 기업가 정신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다.

경영환경이 그만큼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휴렛 팩커드의 류 플랫 회장은 "과거에 성공으로 이끌었던 비결이 새로운
세계에서는 먹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험의존형 경영을 부정하는 것이다.

"변화를 지배하는 자가 성공한다"("경영혁명"의 저자인 톰 피터스)는 명제
는 더 이상 검증할 필요가 없는 기업가의 덕목이 됐다.

우리기업은 지난해까지 사실상 구조조정을 끝냈다.

구조조정은 변화를 꾀하기 위한 개혁의 일환이다.

우리기업은 사업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감축했다.

또 핵심업종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 수를 줄이고 다각화를 개선하는 효과를 가져 왔다.

지배구조 개선면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없지 않다.

재벌 총수의 경영권 독식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실 계열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중단하고 실질적 사외이사제 도입을
통해 총수의 경영간섭을 제도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자본 및 상품시장의 완전 개방, 금융 개혁, 강도높은 재벌정책이 이어지면서
그룹 경영의 비용은 크게 높아지고 편익은 감소하는 현상이 빚어졌다.

정보통신 혁명이 이어지면서 시장의 내부화를 통해 얻는 사적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

오히려 네트워크(Network) 경영 아웃소싱 등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

대우의 몰락에서 확인됐듯이 재벌 체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이익의 사유화-손실의 사회화"는 더이상 없다.

최광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재벌 문제는 이익과 손실의 사유화라는 제대로
된 인센티브제도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록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재벌생성은 한국 고유의 인센티브
구조에서 만들어진 부산물인 만큼 치유책은 재벌 스스로 생산적이고 합리적
인 방향으로 개혁하도록 유도하는 새 인센티브 구축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면 재벌 해체여부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지 않아도 재벌
스스로 기존의 경영시스템을 바꿀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들은 재벌의 경계를 넘어 국내외 기업과
신축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계열기업별로 수익위주의 독립경영체제가 확립되면 자본적 연결(순환출자)
에 의한 총수의 전횡도 어렵게 된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기업수익성을 높일 수 있으면 3~4%
보다 낮은 지분으로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이 발달할수록 기관투자가 등 우호주주세력의 영향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드 디즈니 등은 1% 미만의 지분으로 창업자 가족이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개혁 이후부터다.

재벌 개혁의 목적은 단순히 부채비율을 2백% 이내로 낮추는데 있지 않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이다.

"2라운드 구조조정" 운운하며 언제까지 개혁 정책을 두고 논란을 벌일 수
없다.

유승민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인터넷 등 정보통신혁명으로 경영환경
이 급변하면서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며 "과거청산형 재벌
정책보다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정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유 연구위원은 "지금부터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5~10년후 먹고 살 것을
염두에 둔 산업정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억 아주대 교수는 기업들이 새천년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기술 및 경영
혁신과 인재개발에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래야 신산업 사회에 적합한 탄력적인 경영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사업분야에서 기회를 찾으려면 적기 투자도 이뤄져야 한다.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그것이다.

벤처 투자를 통해 교두보를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우호적 인수합병을 추진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재벌개혁과정에서 손상된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야 한다.

기업가 정신은 시장에서 얻기 어려운 자원이다.

또 아무리 사용해도 마모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혁신 마인드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하면 재벌은 한국경제의 주역에서 세계
기업으로 다시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이익원 기자 ik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