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전통적인 봉제완구 대신 첨단 디지털 토이(toy)가 시장판도를 좌우할
변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연간 4천5백억원으로 추정되는 한국의 완구시장에서 전통적으로 봉제와
플라스틱 완구가 줄기를 이루었다.

여기에 디지털 토이가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장난감을 만드는 한국 기업은 3백50여개사로 모두 중소기업이다.

이중 1백50여개사는 지난 80년대 후반부터 중국과 인도네시아로 공장을
옮겼다.

한국에 디지털 토이가 등장한 때는 지난해부터.

대부분이 98년 크리스마스 때 미국의 하스브로가 내놓아 히트를 친 퍼비
(Furby)와 닯은 꼴이다.

센서를 달아 소리와 빛에 반응하고 스스로 동작을 연출한다.

<>"외인구단"이 주도 =정보통신 업체의 완구시장 진출이 눈에 띈다.

완구와 정보기술(IT)의 "산업간 짝짓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

가상현실(VR) 기술 개발업체인 한국엑시스는 웬만한 사투리도 알아듣고
반응하는 알고리즘을 칩으로 집적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의 김일천 사장은 "하스브로에 이 칩을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중"
이라며 "3월에 이 칩을 담은 완구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업체인 미디어랩스도 오는 3월 디지털 토이 "헬로디노"를
판매한다.

VTR 및 CD롬 타이틀에서 나오는 신호를 무선으로 받아 말하고 노래하는
인형이다.

자동차부품 시험장비 업체인 탑디벨롭먼트(대표 채도상)는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부터 독자개발한 디지털 토이 "에그보"를 시판중이다.

에그보는 서로 마주보면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인터액티브 인형.

채도상 사장은 "주문이 몰려 경주 공장시설을 확충하고 있다"며 "인형끼리
노래와 같은 음성정보를 무선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작년부터 대만 홈럭사로부터 "쿠비"와 "로비제트"를 수입해온
미래인터내셔날은 일본 및 대만업체와 공동으로 디지털 토이를 개발,
올여름에 시판한다.

인터넷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내려받는 식으로 기능을 추가하는 게 이
인형의 특징.

<>기존 업체에도 디지털 바람 =봉제완구를 만들던 토이트론(대표 이건갑)은
지난해 "포포"를 내놓으면서 사업방향을 디지털 토이로 틀었다.

덕분에 작년 40억원의 매출이 올해엔 7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는 것.

한국완구공업협동조합의 어충경 전무는 "봉제나 플라스틱완구를 생산해온
업체들 중에서 디지털 토이를 준비하는 업체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향후 전망 =완구와 정보기술의 결합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한국엑시스의 김일천 사장은 "하스브로가 정보통신업체인
타이거일렉트로닉스를 인수한 것이나 바비 인형으로 유명한 마텔이
MS(마이크로소프트)와 제휴를 맺은 것이 이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스브로의 퍼비는 미국에서만 5백만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디지털 토이는 음성인식 기능이 추가되면서 다양한 교육기능을 갖출 수
있어 완구시장에 본격적인 에듀테인먼트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후발국인 중국의 추격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어 기술로 차별화할 수
있는 디지털 토이 개발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완구조합의 어 전무는 "한국에 수입되는 완구의 60%는 중국산"이라고
말했다.

물론 완구의 디지털 기능만이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전세계 아이들을 사로잡은 캐릭터 포켓몬은 캐릭터의 놀라운
경쟁력을 가늠케 한다.

"디지털"과 "캐릭터"가 새천년 완구시장의 키워드인 셈이다.

< 오광진 기자 kjo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