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상부한 소비자시대가 열리고 있다.

인터넷과 PC통신을 축으로 한 디지털혁명이 가속화되면서 정보화사회 속의
소비자 목소리는 급속도로 높아졌다.

상품 기획단계서부터 소비자가 참여하는 것은 기본이다.

소비자를 무시하고 속이거나 불량품을 판매하는 기업은 ''왕따'' 당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제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불만을 널리 알리고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부지런히 주고 받는다.

이같은 변화는 결국 소비자를 보는 기업들의 시각도 바꾸어 놓고 있다.

<>소비자가 달라졌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불만을 혼자 삭이지 않는다.

기업 홈페이지에 들어가 담당자를 야단치거나 수많은 사람이 보는 인터넷
사이트에 불만을 띄워 불매운동을 유도하기도 한다.

작년 여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은 네티즌들이 불친절에 항의해 벌인
"사이버 데모"로 혼쭐이 났다.

한 외식업체는 네티즌들의 항의가 확산되자 인터넷에 사과문을 올리고
부랴부랴 서비스를 개선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의 가격결정력도 세졌다.

이동전화요금 인하 운동이 대표적 사례다.

이동전화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이 YMCA와 손잡고 시작한 이 운동은 지금은
14개 단체로 확산됐다.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은 인터넷으로 서명을 받고 있고 항의전화와 항의집회
로 꾸준히 압박을 가하고 있다.

소비자가 각종 생활 정보를 간단히 얻을 수 있는 점도 소비자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방에 사는 소비자라 할지라도 서울 강남역 근방에서 유명한 멕시코요리
전문식당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터넷이나 PC통신 동호회에서 조회하기만 하면 누군가가 금세 알려준다.

좋은 제품을 싸게 파는 곳의 정보도 도처에 널려 있다.

<>기업들의 마인드도 바뀌고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기 시작했다.

소비자 의견을 무시했다간 예상치 못한 큰 손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일제당은 네티즌들의 얘기에 귀기울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사이버 고객지원실"을 오픈했다.

제일제당은 이곳을 통해 접수된 불만에 24시간 안에 답하고 있다.

풀무원도 고객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올해 중 네티즌 3백~6백명으로 고객 커뮤니티를 만들어 이들을
중심으로 고객의견을 폭넓게 수렴할 예정이다.

롯데제과는 지난해까지 연간 1~2회에 그쳤던 소비자조사를 올해는 6회로
늘려 껌 비스킷 스낵 등에 관한 선호도 변화를 세밀히 점검하기로 했다.

고객불만을 사전에 막기 위해 서비스를 대폭 강화한 곳도 한 두군데가
아니다.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는 "손님은 항상 옳습니다"를 모토로 내걸었다.

지난해 "일대일 응답시스템"과 "비 마이 게스트(Be My Guest)" 프로그램을
도입했고 올해는 더 활성화하기로 했다.

농협하나로클럽은 잔류농약검사를 강화하고 있다.

창동점의 경우 지난해부터 직원 5명이 반입 농산물의 잔류농약을 철저히
검사하고 있다.

농약이 지나치게 검출되면 즉각 출하금지 조치를 내린다.

소비자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가 급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태평양 고객상담팀의 심현숙 팀장은 "예전에는 고객불만을 수동적으로
해결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이제는 불만이 제기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능동적으로 해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고객의 불만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결국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광현 기자 kh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