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신탁회사의 "팔자" 행진은 새해 벽두에도 계속될까 아니면 수그러들까.

2000년 1월 4일 증시개장을 기다리는 시장참가자들의 최대 관심사다.

투신사들은 지난해 12월 "땡처리"하듯 주식을 무더기로 팔아치워 증시
최대 수급악화 요인이었다.

악성매물로 간주되는 스폿펀드, 법인들의 일반주식형펀드 환매가 한꺼번에
몰렸기 때문이다.

폐장일 하루 전날에는 무려 5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투신사의 매도공세가 연초에는 한풀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월말까지 지속되는 스폿펀드의 만기물량은 어쩔수 없지만 일반펀드의
환매는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결산을 위한 금융기관및 일반법인의 펀드 환매가 해를 넘기면서 마무리
됐다.

오히려 금융기관으로부 신규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투신사들은 "팔자"행진을 멈추고 "사자"로 돌아설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스폿펀드의 만기물량 =투자신탁회사는 지난해 12월 한달동안 무려
2조1천7백억원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월간 단위로는 사상 최대규모다.

투신매물의 주된 원인은 지난해 6-7월 설정된 만기 6개월짜리 스폿펀드
(설정규모 2조5천억원)의 청산이었다.

스폿펀드는 만기도래시 펀드를 해지해 고객에게 원리금을 돌려주는
초단기 주식형수익증권이다.

만기도래시 이를 대체할 신규 펀드가 설정되지 않을 경우 만기도래하는
족족 매물로 나오게 돼 있다.

악성매물로 간주된다.

투신사 펀드매니저들은 "스폿펀드의 만기에 따른 투신사의 소나기 매도는
일단 지나갔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가랑비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1월말까지 남아있는 규모는 1조5천억원정도로 추정된다.

주식편입비율이 평균 40%로 가정하더라도 6천억원이 매물로 대기하고 있는
셈.

물론 대부분의 만기임박한 스폿펀드는 주식편입비율을 40%이하로 낮춰놓은
상태라 실제 쏟아지는 매물은 이보다 적을수 있다.

스폿펀드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투신운용은 스폿펀드의 주식편입
비율을 지난 연말을 기해 30%정도로 낮춰놓았다.

<>뮤추얼펀드의 만기물량 =뮤추얼펀드의 만기도래에 따른 물량부담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하다.

내년 2월까지 만기도래하는 펀드는 설정금액으로 4천4백억원이다.

평균 수익률이 60%인 점을 고려하면 순자산규모로는 7천억원으로 늘어나
있다는 얘기다.

한꺼번에 나오면 다소 충격이 되겠지만 만기가 분산돼 있는데다 이미
상당수 펀드는 만기를 대비해 편입비율을 최소한으로 낮춰놓았다.

1월14일 청산되는 서울투신의 플래티넘1호(설정금액 1천99억원)는 연말
편입비율을 0%로 만들어났다.

다른 펀드들도 10%내외로 줄여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펀드의 환매지속 여부 =일반 주식형수익증권의 환매는 금융기관등
법인자금과 개인자금으로 구분해 점검해봐야 한다.

우선 금융기관이나 일법법인의 환매는 연말을 기해 일단락됐다는게
중론이다.

법인들이 지난해말 펀드환매에 잇따라 나선 것은 이익실현을 위한 것도
있겠지만 연말결산을 앞두고 BIS비율이나 부채비율 2백%를 맞추기 위한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러나 회계년도가 바뀜에 따라 이런 종류의 환매는 이제 사라졌다고 할수
있다.

개인자금의 환매는 주로 이익실현 차원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중도환매수수료가 면제되는 6개월이상 가입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게 투신사 영업담당자들의 얘기다.

주가가 1000고지 안착에 여러차례 실패한데 따른 불안감도 개인들의
환매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방철호 대한투신 영업부장은 "지수 1000을 오르락 내리락 할때는 환매가
많았지만 1000고지 안착에 성공한 만큼 환매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변수는 또 있다.

지난 7월에 설정된 주식형수익증권 잔고는 무려 10조원이다.

10조원이 1월부터 중도환매수수료가 없어져 환매 가시권에 접어든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주가수준이 설정당시와 큰 차이가 없어 펀드수익률은 별로
좋지 못한 형편이다.

따라서 당장 이익을 실현하기 보다는 좀더 지켜보자는 쪽이 우세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신규자금 유입 전망 =결산을 위해 펀드에서 빠져나갔던 금융기관이나
일반자금이 해를 넘기면서 투신사 펀드로 환류될 가능성이 높다.

권오경 한국투신 마케팅팀장은 "연말에 환매해간 상당수 기관들이 연초에
다시 돈을 넣겠다는 의사표시를 해오고 있다"고 전했다.

금리하락으로 상품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금융기관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주식시장이나 간접투자상품에 다시 돈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또 주가가 1000고지에서 안착해 추가상승할 모습이 나타나면 개인자금도
주식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국투신 대한투신 현대투신등 대형투신사들은 연초이후 일제히 주식형펀드
의 판매에 드라이버를 걸 계획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등 자산운용회사들도 연초에 신상품을 잇따라 발매한다.

신규펀드에 얼마만큼의 자금이 유입되는냐에 따라 투신사의 매수강도가
결정날 것으로 보인다.

< 장진모 기자 j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