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비트 메모리가 세상을 바꾼다.

테라비트 메모리는 면적 8평방mm(4mm x 2mm)의 쌀알만한 크기 집적회로
한개에 1조비트 용량의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메모리칩이다.

이것은 한글 6백30억자에 해당하는 것으로 한글사전 2천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정보를 반도체칩 하나에 담을 수 있게 된다.

반도체 전문가들은 2010년이면 1테라비트급 메모리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
한다.

인간의 두뇌가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과 같은 수준인 20테라비트급 메모리
는 2030년께 개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주력제품은 64메가비트 제품이다.

그보다 높은 수준의 2백56메가비트 제품도 이미 실용화단계에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1기가(10억)비트 메모리 시제품까지 나왔다.

늦어도 2005년쯤에는 1기가비트급 메모리가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테라비트 메모리칩은 1기가비트급보다 기억용량이 1천배나 된다.

그만큼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메모리 용량이 부족해 처리하지 못하던 일들도 척척해낼 수 있다.

먼저 판단능력을 갖춘 인텔리전트 컴퓨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이 사물을 보고 판단할 때는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메모리의 한계로 인간의 경험과 지식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지 못했다.

테라비트 메모리는 이것을 가능케 해 인간을 닮은 컴퓨터를 만들 수 있게
한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인텔리전트 가전제품도 일반화될 것으로 보인다.

온도를 알아서 조절해 주는 냉장고,사용자의 기분을 읽어내 채널을 선택
하는 텔레비전, 종류만 정하면 각종 요리를 알아서 해주는 전자레인지 등도
테라비트 메모리의 등장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국내 테라비트 메모리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김은규.김용 박사팀은 지난해 고려대와 함께
"단전자트랜지스터(SET)"를 상온에서 동작시키는 테라비트 메모리의 핵심
원천 기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기존의 반도체는 한 채널에 수많은 전자를 통과시켜 1비트의 정보를 저장
했지만 SET는 양자점이라는 곳에 한개의 전자만을 통과시켜 1비트의 정보를
만드는 신개념 반도체다.

SET의 성공은 테라비트 메모리 개발을 더욱 앞당길 것이다.

테라비트 메모리는 중앙처리장치(CPU)의 성능과도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메모리는 컴퓨터의 CPU가 이용할 수 있도록 명령어와 데이터를 전자적인
방법으로 저장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CPU가 1조에 해당하는 테라비트 메모리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테라비트 메모리를 사용하는 중앙처리장치 개발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인텔은 지난해 64GB(바이트)대의 메모리를 처리할 수 있는 차세대 프로세서
"머시드" 개발을 발표했다.

머시드는 병렬방식으로 이용할 경우 테라비트 메모리를 처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은 또 2001년 후반기에 머시드보다 세배정도 빠른 "맥킨리칩"을 개발,
테라비트 메모리의 실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보인다.

컴팩도 "와일드 파이어"라는 코드명으로 16개의 알파칩을 탑재할 수 있는
확장성이 우수한 컴퓨터를 개발, 테라비트 메모리를 지원할 계획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