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자가 목적지만 누르면 자동차가 스스로 최적의 경로를 찾아간다"

인류가 꿈꾸는 교통체계다.

공상과학영화에서나 가능했던 이 꿈이 지능형교통시스템(ITS)에 의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ITS는 도로 차량 등 기존의 교통시설에 정보통신 전자제어 등 첨단기술을
결합시켜 운전자가 가장 편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목적지에 이르도록 하는
교통체계를 말한다.

ITS는 현재 두가지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다.

첫째는 도로를 지능화하는 방법이다.

차량감지기와 유도장치 등을 갖춘 스마트 고속도로(Smart Highway)를
건설하는 것이다.

둘째는 첨단자동차 개발이다.

자동차에 적외선 센서, 자동항법장치 등을 부착, 운전을 자동화하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고속도로 지능화는 ITS의 핵심이다.

운전자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스스로 도로면의 상태와 차량의
흐름상태, 신호등과 교통표지판, 고속도로 출입구 등의 정보를 확보해 목적지
까지 간다.

이에 비해 첨단 자동차는 보완적인 개념이다.

도로의 굴곡과 차량흐름의 변화가 심한 시내에서의 무인운전은 첨단 자동차
가 해결하는 형태다.

예컨대 도시의 구석구석에 배치된 전기자동차는 아파트입구 등에 설치된
충전소에서 충전해 위성위치추적시스템(GPS)을 통해 위치정보를 받아 원하는
장소까지 이용객을 실어다준다.

이용자가 목적지에 내리면 다음 이용자가 그 차를 사용할 수 있도록
충전기에 플러그만 연결해주면 된다.

도로지능화의 관건은 막대한 인프라 구축에 소요되는 비용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오히려 진짜 스마트카의 출현 가능성이 높다.

벤츠 도요타 등 선진 자동차메이커들은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
도로인프라 구축 대신 기능형 무인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자동차는 차량에 부착된 각종 센서로 차량의 위치, 속도감지, 출발,
가속, 감속, 회전, 정지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컴퓨터와 항법장치 등 첨단
장치를 갖추고 있다.

1997년 9월초 미국 샌디에이고 근처의 한 고속도로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제너럴모터스(GM)의 뷰익 승용차 20대가 시속 1백km로 줄지어 달렸다.

믿어지지 않는 것은 운전자들이 모두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있다는 점.

그러면서도 승용차들은 정확히 앞뒤 6.5m 간격을 유지하며 10km를 달렸다.

특히 도로위에 돌발상황을 설정했을 경우 이를 파악해 대처하는 속도가
운전자 조작 때보다 10배 정도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비결은 ITS.

도로 곳곳에 첨단 자석 등을, 자동차에는 센서를 부착해 스스로 달리도록
한 것이다.

이 실험은 미국의 민간 공공연구소 등이 주관이 돼 공동으로 실시됐다.

미국은 의회와 교통부가 후원하는 민간협회 성격의 ITS아메리카를 구성해
1980년대부터 ITS 개발에 착수, 현재 일부 지역에서는 실용화 단계에 있다.

2011년까지 2천억달러를 투자해 모든 고속도로에 자동화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한햇동안 ITS 구축에 4천2백만달러를 투자할 정도로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도 운수성 등 5개 정부관련부처가 후원하는 조직(VERTIS)을 만들어
1985년부터 1992년까지 5억달러를 투입했다.

현재는 도쿄 권역에서 ITS를 가동하고 있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이 주도하고 있는 ITS분야에 우리나라가 참여한
것은 불과 3년전.

그러나 짧은 연륜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거듭해 이제는 ITS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1997년 건설교통부 주관으로 ITS에 대한 단계별 기본 계획을 확정해 오는
2010년까지 첨단시스템 구축을 추진중이다.

1단계로 2000년까지는 기반기술 개발과 수도권 지역을 대상으로 한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치중할 계획이다.

2005년까지 추진되는 2단계 사업은 응용기술 연구와 함께 전국 주요 광역시
권역으로 시스템을 확대한다.

마지막으로 2010년까지는 전국에 걸쳐 ITS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위해 관련 시스템으로 권역별 자동교통관리시스템, 첨단 대중교통정보
시스템, 첨단 화물운송시스템 등을 개발중이다.

이미 과천 등 일부지역에서는 건교부 등이 주관이 돼 ITS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특히 과천의 경우 교차로교통제어나 자동차교통단속, 대중교통정보,
주행안내, 자동요금징수 등 7개 시스템이 도로 곳곳에 설치돼 시범운영되고
있다.

< 정종태 기자 jtchu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