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2백45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하반기부터 원유가가 급등하고 수입이 폭증하며 수출의 15%를 맡아온 대우가
몰락한 가운데 거둔 성과라는 점이 더욱 값지다.

98년의 3백90억달러에 이은 연속 2년간의 무역흑자(6백35억달러)가 90년부터
97년까지 8년간의 무역적자 6백67억달러와 맞먹는다는 사실도 새삼스럽다.

특히 지난 해의 흑자는 수입이 대폭 감소한 98년과 달리 전적으로 수출이
주도했다는 점과 그로 인해 2백40만명의 고용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이 모두
반갑다.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한 데에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생산성 향상으로
경쟁력을 키운 기업들의 노력이 컸다.

환율과 금리는 물론 물가안정을 이룩한 국내 경제여건도 큰 힘이 됐으며
미국과 유럽연합 등 선진국 경제가 호조를 보이며 해외수요가 늘어난 덕도
봤다.

주력 수출상품이 컴퓨터, 휴대폰, LCD 등 고도기술 제품으로 다양해지고
중소기업의 수출비중이 98년 31%에서 34%로 3%포인트 높아진 점도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대일적자가 98년의 두배 가까이 늘어난 점이나 자본재와 원자재의
수입폭증이 말해주듯 수출이 늘어나면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증가하는 무역
구조는 영원한 숙제라 하겠다.

품질과 기술력을 지닌 제품보다는 주로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다보니 후발
개도국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것은 물론 환율이 내려갈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
점 역시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며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올해에는 무역흑자가
1백억달러 이상 줄어든 1백30억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정책당국은 산업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대외여건이 악화될 경우
순식간에 흑자가 적자로 반전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원유가는 물론 곡물과 비철금속 등 국제 원자재의
가격이 급등할 전망이고, 원화가치의 상승 역시 피할 수 없는 대세이다.

경기가 지나치게 달아오를 경우 자칫하면 2001년부터 적자로 돌아선다는
비관론도 없지 않다.

이런 취약점들을 극복하려면 기업은 구조조정을 더욱 가속화함으로써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지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지난 해 착수한 부품.소재 산업의 육성책을 차질없이 추진함으로써
만성적인 대일적자 구조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한편 산업구조를 하루빨리
에너지 저소비형으로 유도해야 한다.

불요불급한 소비재의 수입을 줄이는 방향으로 소비자 의식이 바뀌는 일 또한
긴요하다.

결국 흑자기반의 정착은 모든 경제주체의 노력이 합쳐져야만 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