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룡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올해 부동산 가격은 안정적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와 같은 급격한 부동산가격의 오르내림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분야별로는 주택전체가격이 3~4%, 아파트 6~7%정도, 토지는 4~5%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가격이 소폭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근거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는 주택이나 토지의 수요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이다.

주택의 경우 분양가 자율화 이후 신규 분양가격이 크게 올랐다.

분양가는 임금 인상분을 앞지르고 있어 아직 주택구매력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임금 상승 효과는 주택구매의욕을 증가시켜 주택시장의 관심이
높아지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토지는 기업들의 지속적인 구조조정의 영향으로 신규 수요가 창출되기
어렵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토지신화를 기대하는 것은 곤란하다.

둘째 주택이나 토지시장이 IMF체제 이후 금융시장과 접목되고 있다는
점이다.

자산담보부채권(ABS) 주택저당채권(MBS) 등과 같은 금융상품들이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을 제고시키면서 수요자 금융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는 부동산의 구매행태가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즉 무조건적 선취매에서 신중한 선택적 구매행태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
한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청약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주택수요자들이 입지 가격 건설업체들의 브랜드 등을 고려, 청약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내년에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와 같은 양극화 외에도 기존 주택시장과 신규분양 주택시장간의 차별화
가 가속화될 것이다.

최근까지는 분양주택이 기존 주택보다 낮은 가격을 형성했지만 앞으로는
신규 주택가격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처럼 고급화 추세가 지속될 경우 경제적 능력이 있는 계층은 신규
분양시장으로 진입하고 상대적으로 능력이 없는 계층은 기존 주택시장에
진입하는 이른바 주택시장의 분할(segment)이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향후 부동산 시장은 금융시장과의 접목 속도에 비례하여 변화의
폭이 결정될 것이다.

또 사이버 산업과의 연계 역시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부동산 관련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제고되면 현장
방문에 의한 부동산 구매행태가 "한번의 클릭"으로 변화한다.

이러한 요인들은 궁극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교섭력 (bargaining power)을
공급자로부터 수요자에게로 이전시킬게 분명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