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란치마에 풀벌레 소리만
곱곱으로 꼬집고 내리는 저녁,
무담보로 주어버린 깨끗한 심사,
철들고 처음으로 첫사랑에 바쳐버린.

깍지끼고 걸어가는 이 애틋한 겨울.

박정만(1946~1988) 시집 "그대에게 가는 길"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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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에서는 앞과 뒤의 때가 다르다.

앞은 사랑을 하던 여름이요, 뒤는 사랑이 끝난 겨울이다.

앞이 환희로 빛나는가 하면 뒤는 환희가 지난 뒤의 쓸쓸함에 의해 압도되어
있다.

앞이 삶의 빛이라면 뒤는 죽음의 그림자다.

제목 "달라진 햇볕"이 가리키는 바도 그리 단순하지 않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뜻을 품고 있다.

"깍지끼고 걸어가는" 애틋한 모습은 세상을 떠나기 전의 시인이 자신의
모습을 그린 것 같아 슬프다.

신경림 시인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