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은 3일 새천년 신년사에서 "경제부총리를 승격시켜 경제부처를
총괄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한번의 정부조직 개편을 위한 전주곡이 울린 셈이다.

지난 48년 건국이래 48회에 달하는 크고 작은 정부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1년에 한번씩 정부조직을 갈아엎은 셈이다.

국민의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IMF 체제란 초유의 경제위기 속에서 출범한 DJ정부는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기치를 높이들고 정부 군살에 메스를 가했다.

그런지 1년 뒤인 지난해 3월 또다시 일부 중앙부처들의 명패를 바꿨다.

"작지만 효율적인" 21세형 선진정부를 만든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었다.

46억원이란 국민 세금이 투입돼 건국 이래 처음으로 민간전문가들이
정부부처를 해부하기도 했다.

그런지 1년도 안된 이날 대통령이 부총리제 부활 방침을 밝혔고 국민의
정부는 3번째 조직개편에 착수했다.

아무리 시대가 급변한다고 하지만 출범한지 2년도 채 못된 정부가 조직을
이처럼 자주 뜯어고치는 것은 운영의 비효율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슬림화" "군살빼기"를 입버릇처럼 외쳐온 정부가
이번에 한꺼번에 장관자리 2개를 부총리로 격상시키고 여성장관을 신설키로
해 ''정부 슬림화''와는 거꾸로 간다는 눈총을 받고 있다.

외환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신관치"라는 표현이 실감날 정도로 시장에
대한 정부 파워가 비대해진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관치경제시대의 산물인 부총리를 신설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란
비난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정부도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나머지 "이번 정부조직 개편은 국정 효율을
더욱 강화할 것이지만 예산이나 인원의 증가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이 구차한 변명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선 부총리제 부활과
함께 정부의 다른 군살을 빼는 수술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여러 부처에 산만하게 흩어져 있는 산업정책 기능들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정부가 후속조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연 "작고 효율적인 정부"라는
"초심"을 어느정도 살려낼지 지켜볼 일이다.

"가장 우수한 정부도 가장 열등한 시장만 못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새겨
봐야 할 때다.

< 유병연 경제부 기자 yoob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