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원화가치가 급등하고 있다.

외환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선 원화가치가 언제쯤 달러당 1천원대에 진입
할지가 관심사다.

대부분 외환전문가들은 올 상반기중 1천원대를 점친다.

일부 외환딜러는 "1달러=1천원"이 1월중에 가시화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한다.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는 작년말 1천1백38원으로 마감됐었다.

당국의 의지에 따라 시장의 기대보다는 다소 낮게 원화가치가 형성됐던
것이다.

그러나 새해 첫장이 열린 4일의 경우 장초반 부터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뛰어올랐다.

10원 이상의 오름세가 줄곧 이어졌다.

한국은행은 "전년말에서 이월된 수출네고 물량이 시장에 흘러나온데다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NDF(차액결제선물환) 거래를 하는 환투기세력들도 달러화
매도에 가담하는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외국인들은 이날 8백억원 이상의 주식을 순매수, 은행 등 금융회사들
도 달러화를 서둘러 팔았다.

외환당국은 작년 12월부터 달러당 1천1백30원선을 방어선으로 정하고 환율
을 관리해 왔다.

그러나 이날은 여지없이 방어선이 무너졌다.

시장의 힘이 워낙 강했던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2001년 상반기에 정점에
달할 것"이라며 "경기상승기조에 따라 자본참여.주식투자 등을 위한 외국인
자금은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외환시장의 공급우위가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시티은행 분석에 따르면 올해 한국 외환시장은 실질 수급측면에서 2백억달러
이상의 초과공급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권 연구원은 상반기 후반무렵 원화가치가 기조적으로 달러당 1천원대에
접어들 것으로 봤다.

홍기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외국 투자자들과 개별적으로
접촉해본 결과 그들은 원화가치가 1천~1천50원 수준으로 오를 것이란
확신을 갖고 있다"며 절상추세를 피할 순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희 체이스맨해튼은행 지배인은 1월중에 1천1백원대가 돌파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일방적인 원화절상 기대심리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이창훈 외환은행 딜러는 "정책당국의 의지를 감안할 때 1천50원이상 오르진
못할 것"이라며 "경제의 기초여건상 달러당 1천원대가 정착되기는 시기상조
인 것 같다"고 말했다.

외환당국 관계자도 "가파른 절상이 불편하다"고 털어놨다.

신승관 무역협회 조사역은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지 않은 경공업 업체들의
경우 현재 심각한 채산성 악화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협회가 작년 12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무역업체들의 손익분기점
원화가치는 1천1백20원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