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경제는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일 것이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한
미국의 활력은 계속될 것이고 유럽도 회복세가 가속화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엔화 상승이란 요인이 경기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지만 크게 우려할
것은 없다"

프랑스의 석학으로 꼽히는 장 클로드 베르텔레미 파리4대학(소르본)
국제경제학 교수는 올 세계경제를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상승세를 보여 왔던 유가도 올해는 안정될 것이란게 그의 분석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인터넷은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경제격차를 줄이는데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새로운 세계무역 질서의 창출과 관련해서는 슈퍼파워 미국이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야만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베르텔레미 교수로부터 올 세계경제전망을 들었다.

-2000년 세계경제를 어떻게 보는가.

"전반적으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유럽의 경우 지난 99년 상반기 독일의 경제지표가 다소 우려되기도 했지만
하반기 이후 회복기미를 보였다.

특히 영국을 비롯한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실업률이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현재로선 미국 경제가 갑자기 흔들릴 특별한 요인이 없어 올해에도 고성장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경제에 대해선 최근 상승하고 있는 엔화가치가 수출 채산성을 악화시켜
회복조짐을 보이는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일본경제는 엔고가 온다 하더라도 견뎌낼 능력이 있다고 본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는 어떤가.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아시아 국가에 대한 전망도 낙관적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경우 아직도 불안한 요소를 안고 있다.

우발적 사태가 발생하는 부정적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제2의 위기를 맞게 되더라도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주변 국가로 파급되는 도미노 현상은 없을 것이다.

1997년 경제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 등 전반적인 개혁을 추진해 외부 충격을
버텨낼 힘을 갖췄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세계경제는 큰 어려움없이 원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
된다"

-중남미 국가들이 위기를 야기할 가능성은 없는가.

"아르헨티나가 경기침체에 접어들었고 브라질 경제도 매우 허약해 낙관적
전망은 할 수 없다.

그렇지만 심각한 상태는 아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지역은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제 후퇴가 점점 심해지는
아프리카다.

앙골라를 비롯한 주요 천연자원 수출국들이 전쟁중이어서 이 지역의 경제
전망은 굉장히 비관적이다.

하지만 아프리카는 세계경제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러시아도 세계경제에 영향을 줄 수있는 변수다.

"러시아는 이제 더 이상 경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1998년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이미 러시아는 세계경제지도에서
지워졌다고 봐도 된다.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의 정국 불안정이 확대될 경우 지정학적
위협은 될 수 있겠지만 경제적으로 국제사회에 직접적 영향은 줄 수 없다.

이미 전세계는 러시아가 부채상환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어 또다시
러시아가 디폴트를 선언한다 해도 별로 놀라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 경우 러시아 채권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독일 은행들이 먼저 영향
을 받겠지만 그렇다고 독일 경제가 휘청거리지는 않을 것이다.

또 최악의 경우 유럽금융기관들이 수백억달러 손실은 입겠지만 유럽중앙은행
(ECB)도 러시아 파산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유럽경제 성장에
제동을 걸지는 못할 것이다.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은 경제적 파급효과를 두려워해서가 아니라
국제질서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는 정치.핵안전 위협이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원유가가 안정세에 접어들긴 했지만 유가급등이 세계경제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올해 유가 전망은 어떻게 보는가.

"지난 몇개월간의 원유가 상승은 일시적인 것이었다.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석유를 비축하려는 국가들의 수요가 늘었고 Y2K
(컴퓨터 2000년 연도 인식 오류) 문제로 인한 공급차질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또 유엔과 마찰을 빚은 이라크의 일시적 수출중단도 맞물려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석유시장은 계절에 따른 수요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국제 원유시장에서의 겨울은 1월이면 끝난다.

따라서 1월 하순부터 유가는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2~3개월내 15달러 수준으로 떨어지고 올해 중반께면
10달러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시장 공급과 수요를 보면 20달러 이상 유지하기는 어렵다"

-뉴라운드 출범을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먼저 시애틀 회의의 실패원인부터 분석하는게 해결책을 찾는 길이라고
본다.

뉴라운드 각료회의에 앞서 의제에 대한 이견으로 회담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회의기간에 회의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가장 큰 문제였다.

수많은 그룹들의 이익방어를 위한 로비가 극성을 부렸다.

시위대들은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고발하고 노동과 무역을 연계시켜 개도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시킬 수 있다고 믿었는지는 몰라도 실상 개도국에
도움이 된 것은 없다.

그 많은 시위대들 중에 고래와 거북이 보호를 주장한 사람은 많았지만
진정으로 개도국의 경제개발과 후진국 국민들의 삶의 질을 생각했던 이는
별로 없었다.

프랑스 농부들의 시위나 문화적 예외 조항을 내세우며 프랑스 영화시장
개방 반대를 외친 영화산업 관계자들의 외침도 결국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자는 이기적 행동이었다.

이같은 분위기에서는 회의가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다"

-미국의 역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대선을 앞두고 행동반경에 여유가 없는 미국 대표들의 경직된 태도도
문제였다.

조금만 미국이 양보를 했더라도 긍정적 결과를 얻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세계무역기구(WTO)의 리더십 부족도 이번 회의의 실패 요인이다.

WTO 사무총장 임기가 둘로 나눠졌을 때 이미 뉴라운드 협상 실패는 예고
됐던 것이나 다름없었다.

총장선출을 둘러싼 소모전으로 WTO는 뉴라운드 준비를 하는데 시간적 여유
를 갖지 못했다.

또 회의를 마이크 무어 WTO 사무총장이 아닌 샬린 바셰프스키 미 무역대표부
(USTR) 대표가 주도했다는 것은 다음 회의에서 교훈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세계 1백30여개국이 참석한 회의를 국제기구 의장이 아닌 일개국 대표가
이끈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뉴 라운드 협상은 올해도 다시 핫이슈로 등장할 전망이다.

시애틀의 실패를 교훈삼아 좀 더 이성적으로 균형있는 세계경제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21세기엔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경제격차 즉 남북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남북문제 해결을 위해 할 일은 무엇인가.

"남북문제는 어느 한쪽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후진국 정부들의 지속적인 개발정책 수립과 실행의지가 필요하다.

선진국들의 기술적 지원도 따라야 한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으로 남북문제가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정보통신
기술이 격차를 줄일 것이란 의견도 있다.

얼마전만 해도 고급 정보를 보유할 수 있는 국가는 선진국들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으로 개도국들도 큰 재정적 부담없이 정보를 가질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아프리카 국가에도 사이버 카페가 있다.

유럽의 사이버 카페와는 비교할 수 없고 컴퓨터 보유율도 매우 낮지만
신속한 정보 수집이 가능하게 됐다.

세계 경제동향과 정보 접근은 이들 국가의 경제개발뿐만 아니라 민주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은 남북차를 없애는 좋은 도구라고 본다.

선진국에서도 인터넷 수혜자는 중소기업이지 않은가.

인터넷은 큰 돈이 들지 않는 산업 인프라다.

화성 탐사선 발사보다 적은 예산 투입으로 후진국 경제개발을 촉진할 수
있다"

-한국경제의 현황과 정부의 역할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는가.

"한국은 위기 직후 금융구조개혁에 착수하는등 강한 경제회복 의지를 보여
줬다.

그 결과 한국은 어느 국가보다 빨리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배제돼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건전한 환경만 조성해 주면 된다.

시장에서 승부의 결정 책임은 기업인의 몫이다.

공기업이 많은 프랑스도 유럽에서 정부의 개입이 많은 편인데 그 결과
공공부분보다 민간기업의 경쟁력과 생산력이 훨씬 높다.

시장생리를 잘 아는 사람은 공무원이 아니라 기업인이다.

기업 경쟁력 또한 이들 경영인들이 시장에서 성공하겠다는 의지에서 나오게
마련이다"

< 대담=강혜구 파리 특파원 hyeku@coom.com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