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끼던 노트북을 팝니다. 꼭 필요하신 분만 연락주십시오"

"좀 낡긴 했지만 쌩쌩 달리는 차를 싸게 내놓습니다"

인터넷이나 PC통신의 중고품거래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글이 아니다.

한 대기업의 전자게시판에 있는 글이다.

전자게시판에는 이런 글도 올라와 있다.

"일본만화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여기 다 있네요. 한 번 방문해 보세요"

"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원들끼리 모임을 만들면 어떨까요"

이렇게 자기만 알고 있는 정보를 나누거나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끼리
모임을 만들기 위해 전자게시판을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새로 나타난 기업문화의 한 단면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바쁜 아침시간 잠깐 짬을 내 인터넷 신문을 읽는 것도 새로운 현상이다.

인터넷은 기업문화만 바꿔놓은 것이 아니다.

업무 스타일도 완전히 바꿔놓았다.

요즘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출근해 처음으로 하는 일은 전자우편을 확인하는
것이다.

업무지시는 물론 거래처와의 연락도 전자우편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간단한 업무보고는 물론 전자우편을 이용한다.

결재 서류가 없어진 기업도 많다.

전자결재로 "종이 없는 사무실"을 만들겠다는 기업들도 생겼다.

전자결재를 이용하면서 의사결정 속도도 빨라졌다.

과장 부장 이사를 거쳐 사장까지 일일이 도장을 받아야 했던 시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급변하는 비즈니스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인 "신속한 의사결정"
을 인터넷을 통해 이룬 것이다.

인터넷은 기업내 의사소통을 더욱 활발하게 만들었다.

신입사원이 사장에게 바로 전자우편을 보내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경우도
있다.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낼 일이다.

전자우편이 사장과 사원의 거리를 "마우스클릭" 정도로 좁혀놓았다.

일부 앞서가는 사장들은 오히려 사원들에게 전자우편을 보낼 것을 요구
하기도 한다.

근무 형태도 많이 달라졌다.

요즘 영업사원들은 아예 자기 책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노트북 하나만 들고 거래처로 바로 출근한다.

아침에 오늘 할 일을 상사에게 인터넷으로 보고하고 저녁에 실적보고만
하면 끝이다.

상사의 얼굴을 보는 건 1주일에 한 번 있는 회의뿐이다.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아직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같은 특수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앞으로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 이용이 확산되면서 부정적인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간적인 유대감의 약화이다.

하루종일 컴퓨터만 들여다 보면서 일하기 때문에 예전같은 끈끈한 인간관계
가 줄어들었다.

업무시간 중에 음란사이트를 방문하거나 주식거래를 하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 김경근 기자 choic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