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환경이 바뀐다.

올해 벤처정책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융자는 줄고 투자는 늘어난다.

창업보육센터 설립과 같은 인프라가 확충되고 코리아 벤처의 나스닥 진출을
돕는 방안도 본격 시행된다.

정책의 줄기가 양적 팽창에서 질적 고도화로 전환된다.

새천년 벤처정책의 틀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00년 주요 벤처지원 시책을 정리한다.


<> 벤처기업 투자받기 쉬워진다 =정책자금 지원방식이 융자 위주에서 투자
중심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이 중소 및 벤처의 창업을 돕기 위해 융자하는 자금은 작년
7천5백억원에서 2천억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반면 벤처펀드 출자규모는 작년 5백억원에서 올해 2천5백억원으로 늘어난다.

중기청은 우선 한국벤처투자조합(KVF)2호를 외국 자본을 유치해 1천억원
규모로 결성한다.

민간 벤처캐피털과 합작, 총 3천8백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들을 설립한다.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도 1천억원 규모의 정보통신 전문투자조합과
4백30억원 크기의 과학기술 전문투자조합을 결성한다.

산업은행도 중소.벤처투자펀드를 올해 2천억원 규모로 운용한다.

작년의 4배 수준이다.

벤처자금의 풍요 속에서도 빈곤을 겪던 새내기 기업의 투자유치 여건이
개선되는 것도 특징.

오는 4월 민자를 유치해 자본금 1천억원 규모로 설립되는 다산벤처가
새내기 기업의 천사(엔젤)로 나선다.

이 벤처캐피털은 창투사나 엔젤이 투자하지 않는 창업초기 기업에 집중
투자한다.

전국의 1백42개 창업보육센터 입주 벤처기업과 엔젤을 연결하는
정보네트워크를 구축해 자금이 유망기업으로 흘러드는 시스템도 갖춘다.

오는 4월 벤처펀드에 유한책임제도를 도입, 펀드 결성을 촉진한다.

출자한 만큼만 책임을 지게 하는 것.

다른 조합원의 채무에 대해 조합원 전원이 연대책임을 지는 일도 없게 된다.


<> 벤처 인프라 확충 =벤처기업이 일정지역 내에 자연발생적으로 모여든
지역을 "벤처기업 육성 촉진지구"로 지정한다.

정보 통신 교통 등 벤처 경영인프라를 집중적으로 구축, 한국형 실리콘 밸리
의 모델을 만든다.

촉진지구내 입주한 벤처기업에 산업기능요원 및 외국인 연수생이 우선
배정되고 지원시설에 대한 각종 부담금이 면제된다.

기초자치단체가 계획을 수립해 시.도지사를 통해 신청하면 중기청이
현장실사를 거쳐 지정 고시한다.

서울의 양재포이밸리와 강남 테헤란로가 후보지로 유력하다.

지역 소프트웨어지원센터와 소프트웨어진흥구역 등을 중심으로 전국의 주요
도시에 "소프트타운"도 조성한다.

한.스탠퍼드 벤처비즈니스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중소.벤처기업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을 올해 1천2백여명 배정한다.

작년에는 9백43명을 배정했었다.

오는 3월 실리콘 밸리에 한국벤처지원센터가 세워진다.

해외소프트웨어지원센터의 활동도 강화된다.

나스닥 상장을 돕는 나스닥 서울포럼이 열린다.


<> 창업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지난해 3만개 법인 설립을 낳은 창업열풍을
올해에도 지속시키기 위해 창업 여건이 더욱 좋아진다.

창업보육센터가 1백42개에서 2백25개로 늘어난다.

3월부터는 예비 기업인이 창업사업계획 승인을 지자체에 요청한 뒤 45일이
지나면 자동승인된 것으로 간주된다.

4월부터는 창업지원 대상업종이 6백34개 업종에서 영화제작 관광 디자인
환경 등 첨단 지식기반 업종을 포함해 1천1백52개로 늘어난다.

또 대기업이 분사시킨 기업도 창업기업이 받는 자금 및 입지상의 혜택을
받게 된다.

창업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창업강좌 대상인원 수도 작년의
8천명에서 올해 1만2천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정책자금을 일부 대주는 창업강좌도 단기과정(2주 내외) 위주에서 중기과정
(2~3개월)으로 확대한다.


<> 무늬만 벤처 설 땅 좁아진다 =벤처확인 요건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심사를 위한 조치가 취해질 전망이다.

벤처기업에 대한 개념도 손질된다.

벤처 정책자금 지원대상도 사업연수(년수)가 7년 이내인 기업으로 제한된다.

벤처기업 지정 후 6년까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졸업제가 도입된다.

오래된 중소기업이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아 코스닥 등록에 무분별하게 나서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중기청에 사후관리 전담과 신설도 추진된다.

코스닥 등록 후 시세차익을 노리는 무늬만 벤처와 일부 벤처캐피털의 입지를
좁게 하는 코스닥 건전성 대책이 4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벤처캐피털이 투자해 벤처기업으로 지정받은 기업은 벤처캐피털 자금을
유치한 뒤 1년이 지난 후에 코스닥에 등록할 수 있게 된다.

벤처캐피털은 투자한 벤처기업이 코스닥에 등록한 후 6개월간 그 기업
주식의 10% 이상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코스닥에 등록하려는 기업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등록신청일 전
6개월동안 지분을 변동하지 못한다.


<> 벤처캐피털도 구조조정한다 =자본잠식 등 부실 벤처캐피털의 M&A
(인수합병) 및 조기퇴출이 유도된다.

창업투자회사 신규 등록기준이 강화되는 쪽으로 고쳐진다.

창투사가 납입자본금 중에서 의무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대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자금지원이 엄격히 제한된다.

육성이라는 보호막 안에서만 자라온 벤처캐피털에 대한 건전성 확보대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다.

창투사 공통회계기준도 마련된다.

창투사와 벤처펀드의 투자 성적을 나타내는 지수가 개발된다.

이를 정기적으로 공시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벤처기업의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벤처펀드의 한 종류로 기업매수펀드
설립이 허용될 전망이다.

< 오광진 기자 kjoh@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